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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n 16. 2023

신체 중력선

          - 내 경추는 어쩌나...

오늘도 요가를 다녀왔다.

어젯밤부터 걱정을 하다가 아침에 불굴의 의지로 다녀왔다.

예전의 루틴은 아침은 굶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거였다. 카페인의 힘으로 수련을 버텼다. 공복에 카페인을 마시면 몸은 가볍게 끈기 있게 수련을 하게 해 준다.

오늘은 아침에 배가 고파서 밥을 먹어버렸는데 역시나 탄수화물과 계란으로는 몸이 좀 무거웠다.


사이드 플랭크에서 오른쪽 다리로 버티고 왼쪽 발을 앞으로 쭉 내밀어 런지 자세를 만들어야 한다.

사뿐히 발을 착지해야 되는데...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발을 넘기고 팔로 다리를 당긴다.


오늘은 무릎으로 서서 오른쪽 다리를 사선으로 접어 발바닥을 왼쪽 서혜부에 끌어다 끼우는 자세를 했다. 그다음 그대로 주저앉으면 왼쪽 다리가 접힌다. 오른쪽 다리를 펼친다. 비틀기를 한 다음 전굴도 한다.

양쪽을 번갈아 한다.


그리고 다리를 W자세로 만들어서 후굴을 했다.

아... 내 고관절... 내 무릎...


돌아오는 길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고관절이 뻑뻑한 소리를 냈다. 기름칠 안 된 오래된 자전거처럼...





나는 O다리이다.  

골반도 많이 벌어져있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의사 선생님이 진통이 오면 잘 벌어질 골반이라고 했는데, 맞았다. 첫아이는 3시간 만에 낳았다.


부라보!!!


하지만 인생은 공평하다. 이 골반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 잘 벌어져서 다시 닫기 힘들다.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골반은 모아지기 않았고 나는 쓰러져 버렸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는데, 벌어진 골반 때문에 복압이 유지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허리에 힘을 줄 수도 없고 복압도 유지할 수 없는 몸이 선택하는 방법을 골반을 앞으로 미는 것이다. 쭈욱 밀어서 힘을 쓰는 것이다. 싱크대에서 밥을 할 때도 서 있을 때도 골반을 앞으로 많이 밀었다. 그 결과 배는 힘을 쓰지 않고 축 쳐지게 된다. 코어는 무너지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요가는 상체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많다. 런지를 하거나 차투랑가를 할 때 상체를 들어 올려야 했다. 코어에 힘이 없는 나는 흉추를 앞으로 밀기 시작했다. 다리에도 팔에도 힘이 없어서...


임신하면서 벌어진 갈비뼈는 더더욱 위쪽으로 올라가서 경직되었다.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도 흉추가 앞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선생님이 갈비뼈를 좀 쓰라고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갈비뼈를 어떻게 쓰나???


갈비뼈도 앞으로 튀어나와 있고 골반도 앞으로 밀고 있으니... 내 몸은 측면에서 보면 신체 중력선이 맞지 않다. 귀에서 시작한 선이 어깨선을 지나고 골반 안쪽을 지나고 종아리 안쪽을 지나 발목에 이르러야 되는데 내 몸은 영 아니었다. 조금만 일하면 피곤하고 늘 몸이 무겁다. 운동할 때만 시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력선은 조금씩 다시 되돌아가버린다.


그래서 그 구조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경추가 짐을 잔뜩 지게 되었다. 뻣뻣한 흉추는 경직된 어깨로 이어지고 그것들 위에 위태롭게 흔들리면서 경추는 신체 중 가장 내 무겁고 생각만 많은 머리를 지탱하고 있다.


세상의 상위자는 제일의 권력자인데 인체는 발에서 가장 먼 머리가 무거운 구조라 목이 고생한다.

직립보행의 대가이니 응당 치러야 할 일인데 뭣도 모르고 오십 년 몸을 사용했더니 간수하기가 어렵다.


척추는 몸의 중심이다. 내 척추가 지금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어야 한다. 운동시간과 강도를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시간과 몸의 한계를 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운동 고수들이 스트레칭을 추천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척추정렬을 유지하라는 뜻 같다.


오늘도 체크해 보자!


근육량이 적은 것, 지병이 있는 것도 통증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척추정렬이 무너진 것도 한 이유였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생활, 턱과 목을 쭉 빼고 유튜브를 보는 자세, 누워서 폰을 보는 일들은 모두 통증을 불는 자세이다.


이 간단한 원리를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내 몸을 홀대한 건가... 타인의 시선과 의견은 그렇게 신경을 쓰면서 척추의 외침은 무정하게 모른 척했다.


내 몸에게 친절한 시간들,

그게 그렇게 힘들었나...


스트레칭하러 갑니다.

특히 경추 중심으로,


목부터 살려보잣!



                    * 사진은 unsplash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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