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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n 27. 2023

시샘하거나 시샘받거나,

                              생각이 너무 많아,

엘베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 잘 만나 지지 않는 분인데 며칠 전에도, 오늘도 만났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 발을 깁스하고 있어서 놀랐다.

그날은 이야기를 못 나누었다.

오늘은 조용해서 말을 풀었다.


아이고,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놀러 갔다가... 인대가 손상돼서요...

스페인에서 쩔뚝거리면서 다녔는데요.

돌아와서도 계속 아파서 반깁스 했다가 풀었는데도, 다시 아파서 깁스했어요.


아이고,,, 조심히 다녀오셔요...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귀를 기울이는데

머릿속 생각은 번개같이 이야기를 속살거린다.


에구구,,, 놀러 갔구나,,, 흥칫뽕,,, 좋았겠다.


옐로카드닷!!!

점잖게 안부인사 하다가 튀어나오는 이런 나쁜 놈의 생각 같으니라고,,,

이러지 마라,,,


자아는 여러 개라던데, 맞다고 생각해 버리자. 나를 보호해 버리는 기막힌 마음의 작용.





정작 해야 할 말은 못 한다. 갈등이 있을 만한 주제는 아주 아아주, 절대 침묵한다.


절대 침묵하다가 갑자기 ,,, 사고를 친다.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다.



그녀 A는 대학 다닐 때 만난 친구다. 학교 다닐 때는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졸업 후 한 달에 한 번 계를 하면서 친해졌다. 졸업 후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친구 셋은 일을 했고 나는 백수였고 한 친구는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A는 모임에서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나와는 그다지 감정적 교류가 없었다. 나머지는 모두 TOO MUCH TALK라서 1박 2일을 놀아도 말이 끊어지지 않는 팀이었다. 술도 잘 못하고 연애실력도 없어서 크리스마스에도 우리끼리 모여서 시내 여관에서 토킹을 이어가곤 했다.


A와 친해진 건 결혼 후 내가 그녀 집 근처로 이사가게 된 후였다. 아이들 나이가 같았고 동네 학모와 대학 동기는 다르지 않는가... 우리는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같이 놀아보니 그녀는 좀 독특했다.(미안해, 친구야... 사실 독특한 거는 나를 따라올 자가 없더라...)


친구들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1박 2일 여행을 갔는데, 그녀는 아주 이상하게 굴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감정을 아주 배배 꼬면서 표현했다.


"웬 일,,, 니가 전화를 다하고..."


"이렇게 총무 해주면 고맙다고 뭐라도 해줘야 되는 거 아니얏,,,"


뉘앙스를 글로 전달하기는 어려운데, 아주 뼈 있는 표현들이었다. 들으면 마음이 쪼그라들어서 내가 뭘 잘못했나 한참 생각해야 됐다.


기가 찬 나는 그녀를 멀얼리 하기 시작했다. 이해 불가, 또라이라고 생각했다.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친구 D를 만나러 중국에 가게 되었다.

나는 A가 가면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A와 대판 싸운 B의 응원을 입어 우리는 그녀를 빼고 중국을 갔다.


내가 미쳤나 봐,,,, 그지,,,?


그려, 니가 미쳤구나,,,


심지어 그게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썩을...




작년에도 일이 있었는데 그건 B와 일어났다. 그녀는 중국 가는 김해공항에서부터 나에게 짜증 대폭발했다. 왜 이러냐,,, 그려 네가 몸이 많이 안 좋아서...(그녀는 암 투병 중이었다)

마음이 상했지만 말할 용기는 없었다.

우리는 그 여행을 계기로 몇 번 다시 만났는데 그럴 때마다 B는 나에게 돌려 까기를 시전했다.


참,,,내,,,,


속이 불편했지만 돌려까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가 없는 나는 어어버버하다가 뭔가를 뒤집어쓴 듯한 느낌적 느낌만 받고 돌아왔다. 저게 저래서 A와 싸웠나,,, 아님 아파서 저려냐...


2022년이었다. 이야기 도중 내 두 아이의 학벌을 돌려 까기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녀의 아이는 고 3이었는데 아주 성적이 잘 나온 모양이었다. 은근 슬쩍 까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 뭔가가 꼬여있는 건 알겠는데,,, 자식은 좀 그래... 우리는 서로 자식이야기나 남편이야기로 줄을 세우지는 않았다.


한참을 속을 끓이다가 말을 해야겠다 싶어서 B아이가 시험을 다 치르고 난 다음 이야기를 했다. 내가 좀 불편했다고... 그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말을 했다면 너에게 서운한 게 있어서 그랬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가 나에게 서운했다는 점은 제주도 여행할 때 운전하기 싫었는데 자기에게 시킨 것, 그리고 자기가 운전할 때 내가 옆의 다른 친구랑 너무 열심히 떠들어서 서운했다고 한다.


말 인지 된장인지... 2박 3일을 혼자 운전할 수는 없는데,,, 나도 운전 안 한지가 오래되었는데,,, 우리는 적당한 수다를 떨었을 뿐 네비를 열심히 봐주었는데 그 여행도 몸이 불편한 너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한 여행이었는데... 그녀가 양보하는 스똬일은 아니고 나와 C는 잘 맞추는 스똬일...


너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구나...




최근에 한 모임에서도 돌려 까기를 시전 받았는데,,,


내가 책모임을 간다니


좋겠다. 나는 돈이 없어서 못 간다


라면서 크게 한 마디하고 그날 좋은 일이 있던 다른 이를 작은 목소리로 빈정거리는 K의 속마음을 보고 말았다.


K는 친하게 지내는 아름다운 여성인데,,,

그런 모습은 처음이라 머리가 팽팽 돌았다.






속으로만 하지,,,, 꼭 입으로 뱉아야 되나...


속으로 생각하는 게 더 가식적인가....


체력도 유치원생, 생각도 유치원생, 마음도 유치원생인 나는 골똘히 생각에 생각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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