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그림자를 파헤친 포크너

포크너 자선 단편집 1

by 보리별

윌리엄 포크너는 1897년 미국 미시시피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나고 옥스퍼드에서 성장했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캐나다 공군에 지원 했으니 실전에는 투입되지 않았다, 서사와 문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통해 세계 문학사의 지형을 바꾼 20세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미국 남부가 배경인 된 가상의 공간 요크나파토파를 배경으로 인간의 사랑과 증오를 문장으로 그려냈다. 1949년 "신오하고 독창작인 예술적 기교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탐구했다"는 선정 이유와 함께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연설에서 그는 "작가는 사랑, 명예, 긍지, 연민, 희생, 인내 이런 것들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1951년에 자신이 직접 선별하여 여섯 개의 주제로 분류한 <<포크너 자선 단편집>>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100편이 이르는 단편 중 42편을 추려냈다. 이 단편집은 장편 소설을 압축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근대 미국인의 기억과 무의식의 지도라고 한다. 그의 작품 전체는 미국 남부의 역사와 상처를 신화로 바꿔 놓았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키 큰 남자들>


그러나 그는 지금껏 수년 동안 징병 업무를 맡아 왔으며, 거의 대부분 시골 사람만 상대했고, 따라서 아직까지는 자신이 시골 사람이라는 족속을 잘 안다고 믿는 중이었다.(p87)


4시부터 지금까지 위스키 1쿼트를 마신 거라면, 마취를 버티기는 힘들 거요. 내가 마무리하는 동안 견딜 수 있을 것 같소?(p92)


어쩌면 앤시 노인은 자기 엄마의 고향인 버지니아까지 걸어가서 전쟁에 패배하고 다시 걸어서 돌아오면서 그걸 배운 것일지도 몰라. 어쨌든 그 사람은 그걸 자기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배운 모양일세.(p104)


<두 병사>


나와 피트 형은 종종 키리그루 노인네 집으로 내려가서 그의 라디오를 듣곤 했다.(p129)


"형은 큰 놈들을 때려주고 나는 작은놈들을 때려주면 되잖아."(p132)


"그럼 내가 형 몫까지 장작을 패고 물을 길어다 놓을게!" 나는 말했다. "전쟁터에 가도 장작이랑 물은 필요할 거 아냐!"(p133)


그래서 나는 창문을 열고 신발부터 떨어뜨린 다음, 피트 형이 열입곱 살 때 했던 것처럼 창문을 열고 빠져나갔다. 아빠가 여자들 꽁무니를 쫓아다니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형을 밤에 내보내 주지 않던 시절의 일이었다. 나는 내려와서 신발을 신고 헛간으로 가서 새총과 쇠푸른백로 알을 챙긴 다음 대로변으로 나갔다.(p139)


<키 큰 남자들>에서 조사관은 정부 관리답게 징집에 응하지 않는 불온(?)한 사람들을 신경질적으로 대한다. 보안관보도 한 패 정도로 인식한다. 그러나 그 동네에는 땅을 지키는 가족들이 있는데, 이 사건 이후 조사관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두 병사>는 전쟁이야기다. 라디오에서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은 자원입대한다. 자신의 우상인 형을 따라가고 싶던 아홉 살 동생은 몰래 가출을 감행하는데 웃음 끝에 눈물이 나버리는 소설이다.


단편집 1권에는 단편 20편이 실려있다. 포크너가 그려내는 마법 같은 이야기에 홀려 거닐다 보면 그 시절 미국에 손에 잡히는 것 같다. 미시시피강는 톰소여가 놀던 곳 아닌가. 낭만으로 여겨졌던 그곳에서 흑인과 인디언, 백인들의 삶이 이어지는데, 생은 언제나 잔혹하고 하루 해가 길고 어둡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읽기 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포크너#요크나파토파#미국 남부#흑인#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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