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26. 수, 안개 조금.

by 보리별

5시 40분에 일어났다. 명상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커피를 연하게 조금 마셨다. 토마토주스도 먹었다.

자전거를 타고 매호천 끝 맨발 걷기 길로 갔다. 무릎을 생각해서 흙길에서 뛰려는 계획이었다.

통제선은 없어졌다. 0.8킬로 즈음 가니 길은 다 파여있었다. 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 길은 외갓집 가는 길과 닮아 있었다. 요즘은 찾아볼 수 없는 길이다. 아마 폭은 왕복 1차선 정도였으리라. 경산에서 풍각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풍각에서 각북에 있는 외가까지 시내버스를 타야 했다. 여동생과 어정 하게 기다리다가 외가에 가는 먼 친척 오빠들을 만난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때 초등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 오빠들이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꽤 먼 거리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최소한 3킬로는 넘었던 것 같다.


그 길은 아이에게는 넓었고 길바닥에 돌이 별처럼 총총히 박혀있었다. 이미 경산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 없었다. 외가에 가면 나와 동생은 세련된 도시아이였다. 그 길은 내가 걸은 최초의 오프로드였다. 그 오빠들은 외할아버지의 친척이었는데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 길에서 만나 길을 걸은 그 기억은 특별했다. 할머니는 어떻게 걸어왔냐고 한 것 같고, 가마솥에 밥을 하고 그 밥솥에 스뎅밥그릇을 넣어 계란찜을 해주셨다. 집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계란이었다.


오늘 아침 돌이 가득한 길을 달리면서 유년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이 길은 잘못 만든 길이라고 여름마다 침수될 거라고 했다. 침수된 길바닥의 돌무더기사이를 뛰면서


아... 내 운동화 쿠션 다 꺼지겠다....


에서 외가의 기억으로 돌아간 나는 아주 아아주 행복해졌다. '백 투 더 퓨처'를 찍고 온 거다. 그 길이 고마운데,


뛰다가 할아버지가 바짝 마른 갈치를 발라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금 눈물이 났다. 삶이 힘들 때 그 기억을 붙잡는데, 우리 집에선 특별한 파워를 가진 할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갈치 양쪽 옆 가시를 다 발라주시면서


자, 손에 들고 먹어라~~


하셨다. 갈치나 김은 할아버지 상에서 먹을 수 있는 귀한 것이었고 내 손에 딱 쥐어진 그건 보물 같았다.


힘이 들 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이 있어서 사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돼지 안심 3조각 남은 걸 꺼내서 굽는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입안에 넣어서 씹어본다.

노래도 하나 들어보자.

김현식 노래가 나오고 조용필의 걷고 싶다가 흐르는데


아... 살아있어서 행복하다


동시에 세상에 없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감정이 북받친다.

며칠 전 군에서 휴가 나온 아이와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하늘로 돌아간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해병대 아이를 못내 안타까워했고 남편은 교실에서 돌아간 아이를 슬퍼했다.


아.........

미안하다....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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