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공간으로 번역하는 동네계획

by 삶탐구소

동네계획이 도시계획, 도시설계와 다른 지점이 있다.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는 다루는 공간의 구조와 기능, 체계를 정리해서 공간을 유형화한다. 도시계획에서는 공간을 주거지역, 상업지역, 업무지역으로 나누고 도시설계 또한 공간을 이용하는 평균적인 사용자를 가정한다.

반면, 동네계획은 삶, 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구조화할 수가 없다. 동네계획에서는 공간을 상황과 맥락으로 바라보고 왜 이 골목의 카페는 동네의 거점 역할을 하는지, 왜 코너변 건축물 앞에는 사람들이 앉아있는지 등을 다룬다. 그래서 동네계획이 특화될 수 있는 부분도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가 담을 수 없는 느슨한 커뮤니티, 동네만의 암묵적인 삶의 방식, 세대나, 산업, 시간대별로 다른 공간이용패턴을 다루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네계획은 라이프스타일을 공간 단위로 번역할 수 있는 유일한 계획 영역이다.


[도시계획]

- 토지이용

- 기반시설

- 네트워크


[도시설계]

- 건축물

- 건축물과 가로의 관계

- 시각적 질서


[동네계획]

- 사람

- 관계

- 일상적 사용

- 지역 고유의 맥락


여기서 가장 큰 차이는 동네계획은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공간 사이의 맥락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것이다. 동네에 형성된 커뮤니티나 축제와 같은 활동은 쉽게 만들 수 없는 중요한 자산이지만, 활동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러한 관계와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네계획은 지역마다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고 증명하기 어려운 커뮤니티와 활동, 라이프스타일을 읽어내어, 가로 설계, 상점과의 관계, 오픈스페이스, 골목디자인(스트리트 퍼니처) 등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직접 인식 가능한 공간 요소로 구현하고 가시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눈에 보이게 만들기 위해 동네계획은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1. 관계 자체가 아닌, 관계가 생길 조건을 설계

직접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대뜸 공간부터 만드는 대신,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관찰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머물고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만든다.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동선을 교차시키기

지나만 다녔던 공간에서 짧은 체류를 허용하는 공간으로 변환시키기

2.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시간대별 공간 설계

동네의 커뮤니티와 활동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하루의 시간대와 요일,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동네계획은 공간을 하나의 기능으로 고정하기보다, 주간/야간 시간대, 평일과 주말, 학기 중과 방학 등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낮에는 이동 중심이지만, 밤에는 머무르고 대화하는 체류 중심이 되는 가로

평소에는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특정 시기에는 축제나 행사의 무대가 되는 오픈스페이스

상점 운영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거리의 분위기

동네의 행동패턴을 바꿔가는 프로토타입 실험

3. 동네의 행동패턴을 바꿔가는 프로토타입 실험

동네는 계속해서 A/S가 가능한 공간이기에 작은 실험과 조정들을 통해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다.

스트리트 퍼니처를 이용한 가로공간 사용방식 실험

특정 시간대에 한정된 팝업공간 실험

이런 실험이 동네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증명하고 이후 물리적 계획(또는 제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4. 동네가게, 골목과의 관계를 재조정

동네의 상점과 거리는 소비만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라 동네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치고, 다시 찾는 공간이다. 동네계획은 이 공간의 가능성을 다시 바라본다. 상점을 개별 점포로 보지 않고 가게-골목-주민의 이용방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관찰해서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가게 전면부가 거리로 어떻게 열리고 닫히는지 관찰해 가게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가로로 확장되도록 유도

가게 앞 골목과 가로에 짧은 체류가 가능한 지점을 마련해 ‘통과 공간’을 ‘이용 공간’으로 전환


동네계획은 특정 기능이나 대상을 목적을 가지고 설계하기보다, 사람들의 생활 리듬과 이용 방식을 관찰하고

관계와 활동, 상점 이용이 자연스럽게 반복될 수 있는 조건을 공간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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