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을 찾는 사람
어제 멘붕이 왔다. 어떤 컨셉으로 어떤 제품을 팔지 다 그려놓았었고, 지난주 제품 단가 확인했을 때 단가가 낮지만 35-36% 가격으로 사입할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어제 견적서 받고 깜짝 놀랐다. 거의 60%에 달하는 가격을 부르시길래, 내가 초보셀러라 가격을 야박하게 주시는 건가 했다. 거기에 부가세별도면 10% 가격이 더해지는데, 제품 하나 팔았을 때 남는 건 1,000원 남짓이다. 택배비, 포장비, 광고비 하면 오히려 두 배 이상 마이너스다.
그나마 매력적인 대용량 제품은 본인들이 팔아야 한다고 가격을 많이 깎아줄 수 없다고 했었는데, 어제는 아예 안된다며 견적을 주지도 않으셨다. 서러움이 마구 솟구쳤다. 어찌보면 실적 없는 초보셀러가 겪을 만한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들은 무얼 믿고 나에게 물건을 맡기냐 말이다. 있는 것이라곤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기존 사람들보다 0.1g 정도 더한 열정 정도일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마진을 남길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다른 제품들도 검색해 보았다. 내가 정한 컨셉으로 팔 수 있는 물건이 있을지, 혹은 조금 더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품들이 있을지 보았다. 현재 시장의 수요를 고려하면서 사입비를 줄이면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제품. 동시에 다른 셀러와 차별화를 가져갈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제품. 이 모든 조건들을 충족할 만한 제품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ㅎㅎㅎ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벤더사에 여쭤봤다. 지난주에는 35-36% 정도로 가격주신다고 하셨는데 60%에 달하는 가격으로 인상하신 이유가 있으신지... 결론은, 커뮤니케이션 미스였다. "35-36%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의 의미가 그분은 마진의 35-36%를 말씀하신 것이었고, 나는 당연히(?) 소비자가의 35-36%로 이해한 것이었다. 그분이 휴가 중에 연락주신거라 더 깊게 여쭤보기도 죄송스러워서 빠르게 전화를 끊은 게 잘못이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란 마인드를 가지려 해도 막막했다. 당장 마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품을 묶어서 파는 것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하게 2가지 컨셉으로 가져가 상황에 따른 마케팅을 하고 묶음으로만 제품을 판매해서 객단가를 높이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 아닐까? 판매실적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발주수량도 늘릴 수 있고, 수량이 늘어나면 이후에 할인가를 더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내가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부딪혀보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신뢰를 쌓고 나면 이후의 일들은 지금보다 수월해지지 않을까? 등등.
사실 묶음으로 판매를 해도 한 달에 1만 개 이상 제품을 팔아야 목표했던 월 순수익 300만 원이 될 텐데, 그 많은 제품들 포장이며 택배는 어떻게 보내냐고... 이런 생각으로 또다시 좌절했다. 물량이 많아지면 3PL 써서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다 돈인데? ㅎㅎㅎ 아이쿠야. 이렇게 매 순간 난관의 연속이구나.
생각의 꼬리는 '역시 답은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인가.'까지 멀리도 갔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것도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게임이지. 다음 달부터 진짜 굶을지도 모르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로 가슴 한켠에 다시 넣어두었다.
온라인쇼핑몰이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도 다 쉬운 게 아니다. 물론 내가 너무 기초부터 탄탄하게 쌓아가려고 애쓰며 힘든 길로 가려해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은 하지 않을 고민들을 자꾸 끄집어내서 하고 있으니 상황은 어려워질 수밖에. 자본과 시간이 한정적이니 효율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안되니 '근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할 일은, 내 컨셉을 유지하면서 제품을 다양하게 큐레이션 해서 상황에 따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찾는 것이다. 한번 내 스마트스토어에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할 이야기를 스마트스토어에서 전하는 것이다. 상황별 맞춤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것. 이 큐레이션을 구성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광고 효율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방법,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는 생각이다.
오늘 하루, 그리고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이번 주 안에 제품을 등록할 수 있기는 할까? 다음 주부터 정말 굶으면 어쩌지? 그래도 다시 한번, 하와이대저택님의 말을 새긴다.
"당신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당신이 그걸 원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