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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대신 차를 팔기로 했다.

by 자기 고용자

차를 팔까 전셋집을 뺄까 고민하다가, 다음 주에 차를 팔기로 했다.

당장 이번 달 카드값 낼 돈이 없기 때문에 뭐든 해야 했다.


마음이 복잡하다. 차가 없는 나는 날개 잃은 천사와 마찬가지인데, 현재로선 일주일에 몇 번 운전하지도 않는 차를 유지하는 것이 이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현재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자산이다. 어찌 보면 사치 같기도 하고.


이렇게 호화로운 삶을 누리면서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최대한 나 자신에게 맞게 분수대로 보내야지. 지난주에는 알바를 구했다가 못 하겠다고 결정한 후에 이런 죄책감 같은 것은 더 진해졌다.


나 자신 하나도 양육하지 못하면 이후에 어떻게 가정을 꾸리며 아이들을 돌보겠냐는 마음으로 구한 알바였는데, 부당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나는 적절하게 타협하면서 스스로 합리화도 하면서 힘든 일은 피하고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매출이 700만 원 정도 나왔다. 어떻게 상품 2개로 이렇게 매출이 날 수 있지?라는 신기한 경험이다. 하지만 마진은 3%에서 5% 남짓이다. 매출에 속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더욱 나의 브랜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차를 팔면 현금이 어느 정도 생긴다. 사실 이 돈으로 몇 개월 못 버틸 거란 생각에 전셋집을 빼고 엄마집으로 기생하러 들어가고 싶었던 건데, 중고차 시세가 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줄어서 이 돈으로는 정말 2-3개월 버틸까 싶다. 그 안에 수익화를 하든, 현금흐름을 만들든 액션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제조발주를 넣어야겠다 싶다. 다음 주에 차 팔고 현금이 생기면 바로 제조발주를 넣어야겠다. 내가 가지고 있으면 생활비로밖에 더 쓰이겠냐....


진작에 빨리 시작할걸.... 퇴사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헤맸던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게 이 길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겠지만. 휴.


요 며칠은 심장이 너무 쿵쾅쿵쾅거려서 어제는 무료로 심리상담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 거주하는 구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걸 신청해야겠다.


나와의 관계도, 연인 관계도, 집과의 관계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 끈이 끊어질 듯 말듯하면서 간신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나의 상태와 사업 상태를 보면 자꾸 못마땅하다.


이런 나에게 지금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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