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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제조 발주를 넣었다.

by 자기 고용자

어제 큼직한 큼직한 일들이 많았다.


차를 팔았고, 브랜드 로고가 나왔고, 제조 발주를 넣었다. (알바 면접도 또 갔다 왔다. ㅎㅎㅎ 하지도 않을 알바 면접은 왜 자꾸 가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뭐라도 하는 것 자체로 또 자기위로하고 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마음이 새롭게 들었다. 여전히 할 일이 태산이다. 라벨 디자인과 단상자 디자인도 나와야 하고, 상세페이지 기획도 하고 판매전략도 짜야한다.


기획이 참 어렵다. 사실은 타겟고객 설정을 제대로 하고, 기획한 후 제품 제조가 들어가야 하는데, 시작은 아주 작게 테스트한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서는 도저히 시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일단 저지르고 봤다.


뭔가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로 일단 저지르고 봤는데,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봐도 아직까지 소구점을 찾지 못하겠다.


모든 게 새로운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24시간을 똑같이 보내는데 아무것도 한 것 없이 하루가 훅훅 지나가는 것 같아서 내 시간만 짧아진 건가 싶을 때도 많다. 가끔은 멍~해서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자꾸 회사원들과 비교하게 된다. 회사 다닐 때는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거지? 9시부터 18시까지 회사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회사 가기 전에 책 읽으면서 자기계발하고, 퇴근하고선 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회사는 하루 8시간씩은 의무적으로 일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효율성이 더 높은 것 같은데 왜 내 시간은 그렇지 못한 것 같을까?


대체 그때는 어떻게 5시~6시 사이에 기상해서 6시 반 전에는 출근하러 나올 수 있었던 거지?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해낼 수 있었던 거지? 지금은 오히려 시간이 많아서 늘어지고 있는 걸까?


원인이라고 한다면…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밥을 먹으니, 직접 차리고 치우고 하는 시간들이 은근 많이 걸린다는 것. 그리고 소소하게 알바면접 갔다 오면 하루가 다 가고, 차 파는 것과 같은 그런 잡일들을 하다 보면 하루가 증발해 버린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씻고 나서야 정신이 좀 차려져서 그때부터 일을 좀 한다. 일하면서 오늘 하지 못한 운동은 내일 아침에 반드시 하리라! 하지만, 아침에 또 무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렇게 시간관리를 엉터리로 해서야 원… 매일매일 일을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쌓여만 가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레버리지’ 합리화를 들고 나와서 집안 일도 맡기고, 이런저런 일들도 다 맡기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ㅎㅎㅎ


오늘 아침도 가을 하늘이 무척이나 청명하다. 보통 여자들은 봄을 많이 탄다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가을이 오면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찬 바람에 괜히 설렘도 스치고 그런다. 햇빛이 너무 좋은 날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사업이라니… ㅋㅋㅋ


그래도 누군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게 일했을 때가 언제냐 물으신다면, 단연코 ‘지금’이라고 말할 것이다.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으니, 괜찮다! :)


괜찮다. 차를 팔고, ‘여기서 실패하면 이제 정말 모든 걸 잃는 것인데…?‘라는 두려움도 살짝씩 올라오곤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고, 하나씩 나아가고 있으니 괜찮다.


자기 주문을 외우며, 나아간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 괜찮다. 오늘도 괜찮다. 이대로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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