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마주친 돌무더기 위,
누군가 그리움을 올려놓았다.
사진이나, 이름 같은 것들로
그리움 하나 주섬주섬 꺼내놓고는
이 다부진 돌 위에
켜켜이 쌓아놓았다.
그들은 무얼 들고 갔으려나.
우리는 너희들이 두고 간 마음 보며
그리운 이들로 가득 채우고는,
떠나갔는데.
내 여행의 지론이랄까. 아니,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하기도 뭐 하다. 그럼에도, 오래 여행을 다녀오게 된다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그때를 떠올리는 그리움의 단서는 대단하지 않은 것들이었다는 지론이 있다. 마트를 가거나, 길을 걷거나, 지나가는 동물을 봤다거나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소한 장면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나는 누누이 말했다. 근사해 보이는 저기,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저 멋들어진 관광지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그리워질 것이라고. 우리가 사소하게 장을 보러 가기 위해 걷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워할 게 분명하다고 나는 여러 번 말했다.
그러고는, 내가 놓친다.
사실 네게 말하면서 내가 놓칠까 봐, 조마조마해서 너한테 말한다.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걸 내가 놓치기 싫어서, 너한테 떠드는 척 내게 말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저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여 실망할 것 없다. 저리 향해가는 지금 이 순간들을 너무 흐리게 쳐다보지 말자. 너무나 소중한 순간임을, 모를지언정 눈 질끈 감고 모른 척은 하지 말아라. 힘주어 소중하다고 애썼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나중에 우리, 후회하지 않을 거 같거든.
다른 사람들은 하루 만에 도착한다는 론세스바예스 마을을 이틀에 걸려 도착했다. 산맥을 넘을 때 날씨가 변덕스러웠지만, 끝에서 마주했던 광경을 잊지 못한다.
그 후로 비를 마주한 날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비를 지나왔어서,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