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가면을 써요.

외향적인척하는 내향형 인간의 속마음

by 듀이


나는 가면을 쓴다. 그리고 가면을 쓰고 벗는 게 익숙하다.

언제부터였을까. '혼자를 좋아하는 나'를 사회에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낀 걸.


"근데 네가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 엄청 말도 많고 능숙해서 놀랐어."


아이러니하게도 난 처음 보는 사람이나 그리 가깝지 않은 사람과 있을 때 더 말도 많고 활발하다. 반대로 오래되었거나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있을 땐 차분하고 말수도 조금 더 적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뒤늦게 내가 그리 활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내가 얼마나 우울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도 알게 된다.


처음엔 가면을 쓰는 게 마냥 좋았다. 밝게 행동하니 사람들이 나를 더 좋게 봐주는 것 같았고,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선 잘 떠들고 웃고 해맑은 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한숨을 쉬었다. 너무 피곤하다. 온몸에 힘이 빠졌고 괴리감이 들었다. 그 넓디 넓은 스펙트럼의 양끝을 빠르게 내달리니 지치지 않을리가 없었다.


처음으로 MBTI 정식 검사를 했을 때, 결과는 놀랍게도 E가 나왔다. 수년을 MBTI를 검사하면서도 E가 나온 적은 손에 꼽았는데 E가 나오다니! 엄청난 의문을 가진 채로 상담을 진행했다.


"사회에서 외향적으로 행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I가 맞는 것 같네요."


이 상담을 시작으로 내가 가직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해 더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감정들을 하나 둘 이야기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내향적인 모습으로도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다짐이야 늘 쉽다. 늘 새로운 자리에 갈 때마다 가슴에 새긴다. 그래 앞으로는 편하게 있자 편하게. 하지만 누군가를 마주하는 순간 나는 다시 웃고 떠들기 시작한다. 재미없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서. 사회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니까. 뭐 내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물론, 가면을 쓴다는 게 마냥 나쁜 쪽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적절한 반응을 하고, 처음 보는 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도 정말 많다. 종종 가면을 쓴 내 모습을 "사회화 잘된 내향형 인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혼자 이불을 덮고 엎드려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 비로소 내가 가장 나답다고 느낀다. 혼자 가을바람 냄새를 맡으며 가사 없는 음악을 듣고 가벼운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할 때. 가만히 누워 끝없는 우울감을 만끽하며 침잠하는 바로 그때.


언젠가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을까.

지금은 '이면'이 되어버린 내 진짜 모습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이 글은 영광스럽게도 그 작은 역사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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