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서지는 나날들

by 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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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또 장시간 사람과 함께하게 되면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인 줄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사라진다고 느끼는 건 확실하다. 그럼 난 나를 잃지 않으려고 더 단단하고 밝은 사람인 척 행동한다. 그렇게 난 나도 잃고 그날의 에너지도 잃는다.


그런 자극이 (꽤 낮은 것처럼 느껴지는) 임계점에 다다르면 나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를 숨기려고 한다. 때론 더 회피적이고, 때론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 마치 이중인격자가 된 것 같은 내 모습은 가증스러운 동시에 혼란스러워서 결국, 난 또 자기혐오와 우울로 치닫게 된다.


이런 고민을 지인에게 가볍게 토로하면 "그것 또한 너의 모습인 거지."라고 말해준다. 그 말을 들은 당장에는 마음이 놓이지만, 사실 그 상태가 오래가지는 못한다. 아슬아슬 나 자신과의 줄타기를 하는 듯한 날들이 반복되다가 어느 날엔 줄에서 미끄러지고 나는 온 힘을 다해 떨어지지 않으려고 양손으로 줄을 붙잡는다.


이제는 페르소나라는 말로 나를 포장하는 것도 지친다. 아니, 오히려 페르소나를 무기 삼아 휘두르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장 편한 대로 살려면 난 아마 늘 혼자 있어야 할 거다. 어떤 소리도 냄새도 없이. 그렇게 내가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남는 게 없다고 느껴질 때면 차라리 이대로 소멸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무(無)의 상태가 되어버리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이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기어코 부서지는 나를 다시 모아서 이어 붙여보려고. 타인의 세계와 견고하지만 부드럽게 연결되고 또 분리될 수 있도록. 잠에 들기 전 무한히 퍼져가는 그 생각을 막고 싶어서. 하지만 우습게도 난 내 생각 하나 컨트롤하기가 힘들다.


다시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어제와 오늘내일을 떠올릴 거고, 잔인하게 아침은 올 거다. 그럼 난 다시 채 마르지 않은 잉크가 묻은 종이를 힘주어 반 접듯 뭉개지고 짓이겨진 상태로 비틀비틀 집을 나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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