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사랑했던 이들의 조각들이다.

by 듀이

출근길에 음악을 들으며 생각했다. 노래 참 좋다. 하루 전 지인이 추천해준 곡이었다. 엄지로 짧은 플레이리스트를 스크롤하며 다시 생각했다. 이 음악들은 어떻게 알게 됐더라?


음악을 시작으로 내 취향을 하나 둘 떠올렸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좋아하는 영화까지. 난 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듣지도 않던 음악을 하루 내내 듣기도 했고 보지 않던 영화를 보기도 했다. 또 어느 때에는 나도 모르게 새로운 걸 보거나 하고 있기도 했다. 어렴풋이 떠올려보면 후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행하는 '스며든다'라는 말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난 엄마를 따라 활짝 웃었고 아빠를 따라 달리고 또 읽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누군가의 말투를 닮았고 눈빛을 닮았다. 노란색을 유난히 좋아하던 초등학생의 내가 이제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허리춤까지 오는 긴 머리를 가졌던 나는 이제 어깨에 채 닿지 않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래, 항상 내겐 알게 모르게 누군가 스며있었다.


때로는 내가 사랑했던 이들의 조각이 너무도 오래되어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한 때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노래 가사가 이제는 감흥 없이 흩어지고, 자주 입던 옷은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다. 격렬히 혹은 스치듯 맞닿았던 세계가 다시 멀어지면 서서히 그 조각들은 겨우 사진으로 남는다.


떠올려보면 나를 사랑한 이들 또한 나의 조각을 가져갔다. 여전히 조각이 그를 이루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세계에 점을 찍는다는 건 정말이지 형용할 수 없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중 서로에게 무언가로 남는다는 건, 서로를 마주하고 다시 각자의 길을 걸어 나가다 뒤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건 슬프기도 하지만 참 아름다운 일인 거다.


타고난 성향이 있다는 말에 대한 반론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비단 나의 독립적인 취향이나 선택의 결과물만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거울을 보고 이어 주위의 물건을 하나씩 둘러본다. 희미하거나 선명한 얼굴이 하나씩 떠오른다. 나는 많은 이들을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고, 사랑할 거다.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수많은 조각들로 모였다 흩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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