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도서관

정윤희 소설

by 정윤희

말라버린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도서관 입구 계단에는 남아 있던 눈이 반쯤 녹아 얼어붙어 있었다. 회색빛 하늘 아래, 도서관을 감싸고 있는 풍경은 쓸쓸하고 황량했다.

그 안에서 도서관 앞 광장은 더욱 무겁고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학부모 단체들의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고, 그들의 피켓 속 문구는 점점 강경해졌다.

‘아이들을 보호하라!’

‘유해 도서를 도서관에서 퇴출하라!’

‘검열 없는 도서관은 위험하다!’

제이는 도서관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책을 둘러싼 논쟁이 도서관을 짓누르고 있었다. 밖에서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갔고, 도서관 안에서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도서관의 공기가 예전과 달라졌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사라졌고, 사서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없이 일을 처리했다. 아이들은 예전처럼 자유롭게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지 않았고, 부모들은 책을 대출하기 전 신중하게 표지를 훑어보았다. 이 도서관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도서관 내부에서도 긴장이 팽팽했다.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압박 속에서 직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항의 전화가 걸려왔고, 대출 목록에 대한 감시도 심해졌다.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야 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한 학부모가 분통을 터트렸다.

“우리 아이들이 해로운 내용을 접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이런 책들은 도서관에서 없애야 해요.”

그가 내민 목록에는 『채식주의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페미니즘의 도전』 같은 책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떤 책은 폭력적이라서, 어떤 책은 정치적이라서, 또 어떤 책은 특정 이념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제이는 차분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들은 그녀를 계속 몰아세웠다.

“이 도서관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곳인가요?”

하지만 제이도 혼란스러웠다. 이 도서관이 누구를 위한 곳이었을까?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접할 수 있어야 하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특정한 목소리들이 그 자유를 압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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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사서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검열 논란에 휘말렸고, 이용자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도서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던 모습은 사라졌고, 부모들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책장을 훑었다.

도서관 내부에는 이상한 공기가 맴돌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검열의 손이 서가 사이를 떠도는 듯했다. 책을 읽던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봐 조심스럽네요.”

독서 모임 참가자가 조용히 말했다.

“책을 읽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다니….”

강철이 무겁게 말했다.

“이 도서관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책이 있어도, 아무도 편하게 읽지 못하는 공간이라면… 의미가 있긴 한 걸까요?”

제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도서관은 자유를 위한 곳이어야 해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자유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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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측은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점점 더 큰 압박 속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시위는 계속되었고, 일부 학부모들은 정치인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점점 더 위축되었고, 도서 배치 기준에 대한 압박은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어느 날, 도서관 측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지만, 학부모 단체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책을 완전히 퇴출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시위대 대표는 단호했다.

그날 이후, 도서관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조용한 책장을 지나가며 눈치를 보고, 사서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특정 도서를 옮겨야 했다. 도서관장은 결국 새로운 대책을 논의해야 했지만, 어떤 해답도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제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서관 앞 작은 정원에는 지난가을 남겨진 낙엽들이 흩어져 있었다. 밤새 내린 서리가 바닥을 하얗게 덮었고, 벤치 위에도 얼어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먼발치에는 몇 송이 남은 동백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겨울의 끝자락을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도서관이 정말 행복도서관일까? 우리가 지키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강철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는 도서관을 지키려 했지만, 정작 사람들이 도서관을 두려워하게 만들었어요.”

제이는 말없이 서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도서관은 이제 행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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