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과 오징오게임

by 정윤희

<폐업과 오징어게임>


폐업, 임대.


어제는 과일과 야채를 파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자고 일어나면 폐업, 임대를 붙여 놓은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은 가게들도 그렇고, 체인형 대형마트도 문을 닫았다. 아마도 내가 사는 동네만 그러는 게 아닐 것이다.


지난 3년간, 특히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폐업을 붙인 가게들이 더 늘어났다. 어느 날 라볶이가 먹고 싶어 동네 분식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혼자 김밥만 팔고 매장에서 식사는 안 되고 가져가는 것만 가능하다고 한다. 분식집에서 일했던 종업원이 3명 정도였는데 모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깐 사장님 혼자서 김밥만 팔아야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 생기는 것이다.


폐업을 붙인 가게를 보면서 그동안 가게에서 일했던 종업원, 가게를 운영했던 사장님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린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고 많을 이야기들. 1층 가게들이 문을 닫을 정도이니 먹고사는 일이 너무 힘든 세상이 됐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높다. 2023년 2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7번째로 높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 서비스업의 대형화로 다양한 임금 일자리가 만들어져 자영업자 비중이 낮지만,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결국 양질의 임금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먹고살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자영업으로 가게를 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자영업을 하게 되면서 자영업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가 어렸을 적 많이 했던 오징어게임. 그땐 즐겁게 했지만 어른이 되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의 오징어게임은 목숨 걸고 해야 하는 피 마르는 전쟁이다. 너 죽고 나 살자. 이게 오징어게임에서 이기는 포인트다.


폐업을 붙인 가게를 지나가면서 또 문을 닫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징어게임에서 희생 당한 사람들의 인생들이 스친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처음엔 희망과 기쁨을 가지고 가게를 열고 시작했지만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지 않을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외부의 큰 기계들의 작동 속에서 누구 하나 사라진다고 티 하나 나지 않는 세상이다.


폐업이라도 하면 다행이다. 폐업을 하려면 임대를 했던 가게를 원래 상태로 복구해 놔야 하고 정리도 해야 하는데 이게 모두 돈이 들어간다. 즉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빚으로 시작해서 빚으로 망하는 길로 간다.


잔혹한 오징어게임에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너 죽고 나 사는 오징어게임이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그런 세상은 어쩌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너무 비관적일까?


지난 몇 개월간 길을 오가며 그 해답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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