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프로덕트의 PMF 분석
내가 처음 게더 타운을 알게 된 계기는 지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는 팀원을 통해서였다. 기존에는 팀 회의에 줌 무료 버전을 사용했는데 40분만 지나면 끊기는 바람에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합류한 잘 나가는 회사의 개발자분이 회사에서 재택근무 툴로 쓰고 있는 서비스인데 한번 써보지 않겠냐며 게더 타운을 알려주셨고, 우리 팀은 그렇게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주변 사람들을 게더 타운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정말로,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당신도 게더 타운을 검색하게 될걸?(하단 링크 걸었습니다^^)
우리가 이 서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팬데믹과 기술발전으로 인해 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일 년 넘게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재택 근무에 익숙해지고 원격 근무 시스템이 점차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같은 공간에서 면대면으로 소통을 해야만 업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사고방식은 완전히 뒤집었다. 임대료 절감 및 효율 증가 등의 이유로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지속하겠다는 회사들이 늘고 있으며, 달라지는 근무 환경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주거 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
지금,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게더타운이다. 비대면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지금, 게더 타운은 메타버스 기반 화상 회의 서비스이자 가상 오피스 플랫폼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게더타운의 비지니스 배경과, 그들이 과연 PMF를 달성했는지 다음의 질문에 답해가며 알아보자.
*PMF(Product/market fit)
게더 타운 분석하기 프로세스
Q1.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가
Q2. 기존에 존재하던 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Q3. 고객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가
Q4. 기업은 해당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가 (Business Model & Pricing)
Q5. 그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Q6.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가
Q7. 해당 서비스는 과연 PMF를 찾았는가?
잠깐! 혹시 들어봤나요?
게더 타운은 메타버스 기반의 온라인 오피스 설루션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과 세계・우주의 합성어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아우르는 '3차원의 가상공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롤이나 와우,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온라인 게임이나 추억의 싸이월드도 '미니홈피'라는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한 소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소셜 라이프를 위해서 사용되었던 메타버스의 영역은 이제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업무와 사회활동의 영역에까지 확장되었다.
Q1.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가
온라인 미팅은 이제 생활화가 되었을 정도로 익숙한 소통 방식이 되었다. 그러나 팬데믹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던 화상 회의에도 점점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큰 성장을 한 시장을 꼽으라면 화상 회의 서비스인 Zoom, Google Meet, MS Teams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Zoom은 학교나 기업에서 일대일 혹은 일대다 의사소통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상 회의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점차 다양한 문제점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화상 회의(주로 수업)를 하고 나면 유독 피곤함을 느꼈는데, 실제로 이 현상은 해외에서 Zoom Fatigue (줌 피로)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고 있는 화상회의의 문제점이다. 최근 Microsoft 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 상호 작용에서는 참여를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두뇌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시간의 화상 통화는 사람에게 극심한 피로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제 화상 회의의 주요쟁점은 더 이상 떨어져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피곤해지지 않게끔 '잘' 소통하는 것이다.
벤처 캐피털 회사 인 Electric Capital의 투자자, Avichal Garg는 현재 원격 근무가 효율성을 위해 우연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혁신을 위해서는 행복한 소통이 중요해진다는 말을 덧붙인다. "창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교류에서 나오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화상회의 서비스는 한 회의에서 다른 회의로 이동하기 위해 몇 번의 클릭을 거쳐야 하며, 우연한 마주침이나 캐주얼한 대화를 통해 유대감을 가질 기회가 적다.
소속감과 혁신의 부재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에도 상당히 치명적이다. 애착이 없는 조직에서 개인은 에너지를 낭비하려고 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또한 동료들 간의 사회적 교류가 끊기면서 점점 필요한 대화조차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Ben Eubanks는 그의 리서치, 'COVID 및 COVID 후 직장에 대한 10 개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 이러한 인적 교류의 단절이 '캐주얼 혁신'을 놓친다고 주장한다. 캐주얼 혁신은 이야기가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문제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화상 회의에서는 이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모든 가상 회의 기업의 과제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연결과 창의성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Q2. 기존에 존재하던 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게더 타운은 앞서 살펴본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화상 회의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으며, 원격 근무와 화상 회의의 문제점을 다양한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게더 타운은 기존의 화상회의 서비스 설루션의 일종이지만,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마치 게임처럼 아바타와 가상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을 화상회의와 비교해보면, 게임에서는 그다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에 쉽게 피로를 느끼거나 불편하지 않다. 아바타라는 대리인의 존재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기보다 실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더욱이 아바타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게더 타운은 참여자의 자유도가 낮은 기존의 화상회의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일 수 있다는 심리적 여유를 준다.
게더 타운의 공동 창업자인 Wang은 화상회의에서 오는 피로와 불안이 '공간'에서 오는 현실감각과의 괴리에서 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화상회의) 설루션이 공간 기술과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현실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모방한 자체 화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게더 타운이 현실 감각을 가상공간으로 효과적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비디오 게임에서 흔히 사용되는 spatial audio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아바타끼리 거리가 가까워지면 화상 카메라가 보이면서 서로의 목소리가 커지고, 멀어지면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고 소리가 잦아드는 기술로 사용자들이 실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아바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여러 개의 개별 채팅이 가능해지고, 자율적으로 소통하고 설사 소통을 하지 않더라도 개인 공간에서 다른 유저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
Q3. 고객이 사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게더 타운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2D 공간과 현실의 상호작용을 최대한 구현해 낸 Spatial Audio 기능을 기반으로 점점 그들의 팬층을 확보해가고 있다.
영상 채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오래도록 쳐다보도록 강요받는 것은 뇌가 비언어적 단서와 같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더 심해지게 된다. 그러나 게더 타운에서는 실제 생활과 마찬가지로 시각을 다른 곳에 둘 수 있는 가상공간에 있기 때문에, 전체 대화를 위해 어색하게 눈을 맞추거나 누군가의 이마를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대화의 공간이 아닌 장소에서는 타인의 화면과 소리 등의 요소가 차단되므로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상대를 찾아가 대화를 걸 수 있어서 상당히 편안한 온라인 워크 플레이스 환경을 제공해준다.
지금까지 단방향 세미나 형태에 가까웠던 기존의 온라인 화상 미팅과 달리 게더 타운은 대규모 콘퍼런스, 소그룹 대화, 캔버스 회의나 개인 공간 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이처럼 자율성이 높은 공간에서 사용자들은 개인적인 대화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게더 타운에서는 상황과 필요에 맞게 고유한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 일시적인 공간에서 모이는 화상회의와 달리 이 가상의 워크플레이스는 게더 타운 서버에 계속 저장이 되어있으며 실내에 화분을 놓거나 화이트보드를 설치하는 등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온라인 공간이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접속할 수 있고, 언제든 이야기를 나누거나 개인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게더 타운은 누구든 꾸밀 수 있고, 언제나 이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구성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게 된다.
Q4. 기업은 해당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가
(Business Model & Pricing)
게더 타운의 수익모델은 부분 유료 화이다. 최대 25명까지는 무료이며 시간제한 없이 사용 가능하다. 이 전략은 새로운 서비스가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하여 기존의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아주 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는 이 부분 때문에 다른 온라인 회의 툴보다 게더 타운을 더 선호한다. 다른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100명 한 시간? 나는 2n 년 인생에서 한 사람과 열 시간 동안 대화를 한 적은 있어도, 백 명의 사람들과 동시에 만난 적은 없었거든.
만약 25명이 넘는 인원이 모이려면 유료 결제가 필요하다. 게더 타운은 유료 서비스를 시간 단위와 기간 단위로 쪼개서 제공하고 있으며, 서비스 범위에 따라 Town - City - Metropolis , 이 3가지 버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많은 기능이 제공되는 메트로폴리스 같은 경우, 유튜브, 트위치, Viemo 등 콘텐츠를 서비스 내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웹페이지를 가져오거나, 강연장/화이트보드/포커게임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게더 타운에 가입을 하지 않은 사용자도 도메인을 통해서 참여가 가능하며, 공간(방) 별로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특정 IP를 차단하여 Zoom Bombing이라고 불리는 미팅을 방해하는 공격 행위도 방지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출시된 지 일 년을 갓 넘긴(2020년 4월 출시) 따끈한 서비스인 만큼 그들의 매출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출시 11개월 만인 올해 3월에 시리즈 A의 첫 투자유치를 진행하여 USD 26M(약 312억 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21년 3월 기사를 통해 게더 타운이 당시 40만 달러(약 4억 5천만 원)의 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
Q5.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게더 타운의 시장으로 구분되는 글로벌 화상 회의 시장 규모는 2020 년에 42 억 1 천만 달러로 평가되며, 2021 년부터 2028 년까지 11.4 % 의 연평균 성장률 (CAGR)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Zoom이 온라인 화상 회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Zoom의 온라인 회의 방식은 Zoom Fatigue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곤함을 주고 있기도 하다.
반면, 게더 타운은 아바타와 가상공간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통해 멀어지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현실의 상호 작용을 반영한다. 이러한 기능은 앞서 제시된 온라인 화상 회의의 한계를 게더 타운이 상당히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지속하겠다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고려해보았을 때, 앞으로는 단순히 온라인 회의뿐만이 아니라 가상 오피스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게 될 것이며 게더 타운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실리콘밸리의 대다수 기업에서는 게더 타운을 가상 오피스 서비스로 이용하고 있고, "여러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고 기능이 다양해서 좋다"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 근무를 지속하겠다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게더 타운은 여전히 많은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Q6.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 우위가 있는가
이미 게더 타운은 가상 오피스 시장에서 유사 서비스들과 비교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상 워크플레이스 설루션의 경우, 한번 이용하게 되면 회사의 데이터 등이 오피스 내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객의 데이터가 저장된다는 특징을 잘 활용하여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 가상 오피스 시장에서 먼저 우위를 선점한다면,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침범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Q7. 게더 타운은 과연 PMF를 찾았는가?
게더 타운은 아직 PMF를 찾지 못했다. 귀여운 캐릭터와 마치 게임 같은 UI로 점차 유저층을 넓혀나가고 있으나, 온라인 화상회의 시장에서는 상당히 후발주자이며 사용자가 적다. 더군다나 상당히 높은 이탈률(Bounce Rate 39.44%)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확실히 무제한 시간을 제공하는 가격 정책만 봐도 현재의 게더 타운은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게더타운에 기대를 거는 것은 가상 워크스페이스 설루션으로써의 게더 타운이다. 그들은 이제 막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선발주자다. 가상 워크스페이스 설루션 시장은 코로나 이후에도 업무환경은 원격, 혹은 하이브리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원격근무의 필수 요소로 성장 전망도 밝다. 이와 관련, 글로벌 마켓인사이트는 전 세계 화상회의 시장이 2019년 140억 달러에서 3배 이상 성장해 2026년에는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게더 타운의 트래픽과 구글 검색량은 마치 이것을 반증하듯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나는 게더 타운이라는 프로덕트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며, 머지않아 커다란 J 커브를 그리며 성장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자, 이 글을 끝까지 다 읽었다면 이제 게더 타운에 놀러가 보는건 어떨까?
그냥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