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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희 Jun 16. 2021

옷차림으로 거래자 찾기 기능을 제안합니당-근마켓

만약 내가 당근마켓 PM이라면



안녕하세요 여러분!

지난 당근마켓 역기획 프로젝트에 이은 당근마켓 2편의 테마는 '이불킥 기획'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와 함께 당근마켓 서비스를 풀어볼까 하는데요,

제 생애 첫 중고거래 경험담을 말씀드릴게요.


거래를 하던 날, 저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거래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하지만 강남의 퇴근길 거리에는 사람이 많아서 상대방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두리번거리다가 약속 장소 앞에서 쇼핑백을 들고 있는 한 행인을 찾았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용기 내어 물어봤습니다.


"혹시 당근이신가요?"

"네?? 당... 근이냐고요? 제가 왜 당근이에요?"

"... 죄송합니다"


그분은 당연히 제가 찾는 거래자가 아니었고, 심지어 당근마켓 서비스를 잘 모르는 사람 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그 상황을 돌이켜보는데 너무너무 너무 x 999999 창피했어요. 이불킥 백만 번 했죠,,

물론 지금은 당근마켓을 잘 이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다시는 중고거래를 하지 않겠다 다짐했었습니다.



용기만으로 안 되는 당근마켓



Approach

오늘은 Lean Thinking의 마인드셋을 가지고, 문제 해결방법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검증해보기 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Lean Thinking 린 싱킹 이란, 날씬하면서도 날렵한 사고를 의미합니다. 생각의 다이어트 느낌이랄까요? 비즈니스 아이디어에도 감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너무 '헤비'한 기능(개발자들은 만드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문제를 헤비 하다는 표현을 쓴답니다.)을 만들게 되면, 빠른 기업이 살아남는 디지털 시대에 스타트업은 발맞춰 쫓아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가진 제품(MVP, Minimum Valuable Product)을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그에 따라 프로덕트를 계속 개선시켜나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죠.



Mission

오늘은 더 이상 당근마켓의 다른 유저가 이불킥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대 거래자를 찾기 힘들다'는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점은 당근마켓 역기획 프로젝트에서도 나왔었습니다.


다른 문제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보려고 한 이유는 '잘 모르는 사람과 만나기'의 과제가 당근마켓 서비스의 중고거래뿐만이 아닌, 더 넓은 서비스 영역에 해당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동네 생활의 함께해요, 해주세요, 분실실종센터 등에서도 상대방을 직접 만나야 하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이는 앞서 역기획 프로젝트에서 발견했던 중고거래의 다른 문제( 1. 찾는 물건이 없음, 2. 판매자와의 문제로 거래에 실패함)보다 당근마켓의 프로덕트에서 더 넓은 영역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미리 약속 장소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을 알아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간혹 동네마다 있는 '만남의 광장'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된다면 난이도는 훨씬 올라가게 되죠. 그래서 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를 잘 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멀리서도 알아채기에 가장 편리한 것은 의복일 것입니다. 중고거래를 해 본 분들이라면 다 한 번쯤 서로를 찾기 위해 옷차림을 알려준 적이 있으실 것 같네요. 실제로 의복은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기 때문에 경찰복, 의사 가운 등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구별하면서 서로를 알아보아야 하는 직업군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요소입니다.


아, 물론 거래를 하러 갈 때마다 당근색 옷이나 특정 로고가 박힌 옷을 입자는 것은 아닙니다.(저도 못할 것 같아요^^) 제가 세운 가설은 '상대와 만나기 전에 서로의 옷차림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면 조금 더 서로를 알아보기 쉽지 않을까'였습니다.




|  작은 실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전에, '혹시 옷차림을 물어보면 상대방이 불쾌하지는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침 거래를 하려던 상대방에게 만나기 직전에 옷차림을 물어봤는데요, 상대방은 흔쾌히 자신의 옷차림을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놀랍게도 정말 빠르게 저를 알아보셨습니다. 그분이 멀리서부터 저를 보고 인사하며 걸어오셨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으셨냐고 물었더니 옷을 보고 알았다는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혹시 옷차림을 물어봐서 기분 나쁘시지는 않았냐고 여쭤보니 '전혀요! 서로 알아보려고 한 거잖아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물론 한 명뿐인 데이터지만, 이 작은 실험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고 프로토타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옷차림 힌트 기능 프로토타이핑


프로토타입은 '정보시스템의 미완성 버전 또는 중요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는 시스템의 초기 모델'을 뜻합니다. MVP를 검증하기 위한 시제품을 만들어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앞서서 해당 기능의 '플로우'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프로덕트의 어느 구간에 이 기능이 들어가야 가장 자연스럽고 유저가 사용하기에 매끄러울까?를 생각해보는 거죠.




 | 옷차림 힌트 플로우 고민해보기


옷차림이라는 것은 거래 약속 과정에서 정하기에도, 거래 약속 날짜까지 상대방의 옷차림을 기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래를 하기 전에 간단히 설정을 해서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고, 당근마켓의 거래 알림 기능에 옷차림 힌트 CTA 버튼(Call to Action)을 추가했습니다.


+ 옷차림 힌트는 최대 3개까지 설정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앞선 실험을 참고했을 때, 거래자는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힌트를 (무려) 3개까지 제공할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세부내용을 고려하여, 옷차림 힌트 기능 Prototype을 다음과 같이 만들어보았습니다. ▾

 

당근마켓 마스코트를 활용한 옷차림 힌트 기능 프로토타이핑





가설 확인하기



이렇게 만들어 본 기능이 정말 유저들에게 필요한지 혹은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지는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미리 검토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자들이 눈물과 땀을 쏟아 만든 기능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죠.



역발상...? / 출처=인터넷 커뮤니티라는데 못 찾겠음



저도 개발팀이 헛수고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옷차림 힌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과 니즈를 사전에 살펴보기 위해 유저 리서치를 하려고 합니다. 유저 리서치에는 설문조사, 관찰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번에는 '엄마 테스트 The Mom Test'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은 인터뷰 방법론을 참고해볼게요.




우리 아들 하고 싶은 거 다 해~다 좋아~ (도움이 안 되는 유저 피드백) / 출처=https://youtu.be/geeZqaHaX80


The Mom Test는 사랑하는 엄마조차도 자식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서 100% 사실만 얘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화 방법입니다. 질문자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안 좋은 피드백을 주기 힘들어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라는 게 이 책의 주장입니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행동에 대한 의견을 묻기보다 과거에 행동을 관찰하여 사업 검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출시될) 사업 아이디어를 얘기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해결할 수 있었던 상황을 겪어봤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를 물어보면 됩니다.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 채 인터뷰를 만들어보도록 할게요.






인터뷰를 통해 가설 검증을 해보자


이미 제품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의 MVP는 고객이 현재 제품을 어떻게 쓰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디 알바레즈, Lean Customer Development 참고) 당근마켓의 경우, 이미 서비스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고객 개발을 하는 경우이므로 고객이 현재 어떻게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는데에서부터 인터뷰를 시작해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가 검증하려는 가설은 '중고거래를 할 때 (직거래에서) 상대방을 알아보는 것이 불편하다'-입니다. 물론 묻고 싶은 것도 많고 흥미로운 답변들도 많을 것이지만, 자칫 인터뷰를 하다가 딴 길로 빠지지 않도록 인터뷰의 지표가 되어 줄 3가지 핵심 질문들을 작성했습니다.




1. 중고거래를 해본 적이 있나요?

한다면 왜 하는가

안 한다면 왜 안 하는가 (거래 상대방을 만나는 것에 부담/불편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


2. 직거래를 자주 하시나요?

한다면 왜 하는가 > 3번 질문

안 한다면 왜 안 하는가 (거래 상대방을 찾아내는 것에 부담/불편을 가지고 있던 경험이 있는지 체크)


3. 약속 장소에서 상대 거래자를 잘 알아보는 편인가요?

 - 부정적 / 긍정적 경험

 - 개개인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 (현재의 해결 방식)



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 2가지:

1. 답변자가 주제에 점점 몰입(Deep Dive)할 수 있도록 넓은 주제 > 좁은 주제의 질문으로 진행

2. 왜?라는 질문이 자연스럽도록 질문을 Yes or No Question으로 구성



만약 유저 인터뷰를 통해 얻은 답변이 앞서 세운 '중고거래를 할 때 (직거래에서) 상대방을 알아보기 어렵다/힘들다'라는 가설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면, 다시 문제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 옷차림만으로는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 힘들다거나(아래 사진과 같이..유행하는 스타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옷차림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옷차림 힌트를 보강하거나 대신 다른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저는 빨간 줄무늬 티셔츠에 털모자를 쓰고 나왔어요! 보이시나요?? / 출처=윌리를 찾아라


또한 가설이 검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능을 이용하는 플로우나 기능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유저에게 사용해보게 하는 '유저빌리티 테스트'와 그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이며 사용성을 계속해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다뤘던 옷차림 힌트 기능은 두 유저 간에 중고거래를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기능이라, 앞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 등에서도 활용되기에는 좀 더 보강이 필요한 것처럼요.




만약 이 글을 읽은 당신도,
당근거래 상대방을 찾기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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