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대표님이 찾아왔다...는 망상
혹시... 당근이세요?
세 번째로 다뤄 볼 스타트업은 당근마켓입니다. 당근마켓은 오늘날 한국인들이 가장 자주 찾고, 가장 오래 머무는 플랫폼 중 하나로, '치킨게임'이 치열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스타트업이 '당근하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서비스들이 더 멀리 있는 다수의 사람들을 연결하려고 노력할 때, 당근마켓은 내 주위 한 동네에 있는 사람들에 집중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습니다. 서비스 업계에서 상식으로 여겨지던 '더 넓게 더 많이'의 선례를 과감하게 내던지고 주변 이웃들에게 집중하는 그들의 서비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우리가 이 브랜드에 꼭 주목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역으로 기획하기'를 통해 당근마켓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프로덕트의 출시 전으로 돌아가 다시 구상해보는 과정은 사람들의 어떠한 바람(욕구)이 현재의 당근마켓을 만들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그 첫 번째 미션은 "개발 전에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가설을 검증하라"입니다. 이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페르소나 Persona와 유저 저니 User Journey, 그리고 고객가치사슬 CVC의 방법을 통해 당근마켓이 공략한 우리들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당근마켓 출시 전, 김용현 대표님의 막막함을 함께 고민해보는 컨셉입니다.)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어떤 사람들이 당근마켓을 사용할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처음 출시하려는 프로덕트에게 있어서 시장의 규모와 주요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당근마켓의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일 먼저 판교 테크노밸리의 사내 게시판에서 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다음으로는 기존 중고거래 사이트가 있음에도 주민들이 왜 또 다른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알아봐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당근마켓이 효과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사이트들과 어떤 차별점을 둘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먼저 판교 테크노밸리 근무자들의 주요 연령층을 살펴보면, 근무자 약 6만 5,000여 명 중에서 30대 연령이 45.09%, 40대가 27.43%로, 30~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공식 홈페이지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그들의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무 설계에서 사용하는 라이프 사이클에서 30~40대는 인생에서 지출이 가장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취업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독립을 하거나, 육아를 시작하면서 기존의 소비 패턴에 비해 생활용품에 대한 지출이 훨씬 늘어납니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판교 테크노밸리의 3040 회사원들은 사내 중고거래를 활발하게 이용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판교 주민들은 어떤 이유 때문에 기존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했을까요?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거래를 할 때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부분은 거래 사기(46%)라고 합니다. 그만큼 판매자와 거래자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판교 테크노밸리 중고거래는 '부근에서 근무하는 회사원'이라는 인식이 기존 중고거래와 비교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기존 중고거래와 비교하면 판교 테크노밸리는 작은 규모의 커뮤니티이기에 판매자와 구매자 양쪽 모두 서로 존중하며 정직하게 중고물품을 거래하지 않았을까요?
이미 당근마켓은 다른 중고거래 앱과는 차별화된 '지역 커뮤니티'라는 아이덴티티를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역 기획하기'라는 콘셉트를 잠시 접어두고 당근마켓의 미션이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가 있는 지역 사회 만들기"가 된 배경과 이유를 추측해보겠습니다.
판교 테크노밸리 중고거래 서비스의 주요 사용자는 삼사십 대이면서, 주민들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신뢰이며, 그 신뢰는 근방에 위치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커뮤니티에서 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삼사십 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맘 카페'입니다.
김재현 대표님은 "당근마켓의 초기 목표가 맘 카페 분따(분당 엄마 따라잡기)였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온라인 맘 카페에는 육아부터 약국, 병원, 맛집, 세탁소 등 각종 정보가 공유되고 물품거래도 활발한 편입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의 목표는 "맘 카페의 이런 장점을 참고하되, 인터넷 카페의 한계를 넘어 '동네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당근마켓 출시 전, 김용현 대표님의 막막함을 함께 고민해보는 컨셉입니다.)
앞서 살펴본 당근마켓의 상황과 비전에 따라, 프로덕트의 타겟층을 1. 3040 2. 지역 범위 3. 커뮤니티로 좁혀보았습니다. 다만 다른 중고거래와의 차별점을 두기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고자 하므로, 정보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물건의 교체 사이클이 빠른 '육아인'이라는 조건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페르소나를 만들기에 앞서 30대 육아인들의 데이터(힌트)를 얻기 위해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지인들에게 중고거래와 관련한 가벼운 대화를 건네보았습니다. 다만, 대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고 일상적인 경험을 듣고 싶은 마음에 서비스 타깃층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화 이후, 조사 사실을 밝힌 후 허락을 받고 해당 대화 화면을 캡처하였습니다.)
친절한 지인들 덕분에 (고마워요) 육아인들은 주로 육아용품을 많이 중고로 거래하고, 덕분에 돈을 많이 절약하고 있다는 가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용품의 거래가 활발한 이유는 아이들이 금방 커버리기 때문에 사용하던 물건이 금방 불필요해지고 금방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육아 대신 반려 물고기를 키우고 계신 분은 반려용품을 많이 거래하셨다고 합니다.
육아인들이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보다 당근마켓을 선호하는 이유는 '공급이 많다'였는데, 그만큼 육아인들이 당근마켓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었습니다. 더욱이 재능기부 등에 대한 실제 사례를 통해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기능뿐만이 아닌 커뮤니티로써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페르소나
유저 저니 맵 User Journey Map을 통해 사용자 경험 알아보기
유저 저니 맵은 서비스의 사용자가 프로덕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겪는 다양한 상황(터치포인트)에 따른 연속적인 고객 경험의 변화를 기록한 타임라인입니다. 이때 터치포인트는 아래와 같이 각각 다른 형태와 사이즈로 발생하게 됩니다.
- 사용자가 내 프로덕트를 발견하는 방법
- 서비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첫 경험
-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첫 번째 탐색 양식
-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이끄는(혹은 이끌지 못하는) 클릭
- 사용자의 구매를 확인(확실히)해주는 방식
유저 저니 맵은 이런 터치 포인트 같은 프로덕트 사용의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로드맵을 한 곳에 모아 시각화 한 지도입니다. 그래서 유저 저니 맵은 종종 회사의 목표뿐만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의 감정을 표현한 한 폭의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 저니 맵은 이 맵을 만드는데 관련되었거나, 최종 맵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용자의 실제 경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공감하는데 특히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중고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유저 저니 맵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교수가 제안하다, 고객 가치 사슬 (CVC)
하버드 비지니스스쿨 교수 탈레스 테이셰이의 저서 '디커플링 Decoupling'에서는 디스럽션(비즈니스에서의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바로 고객이라고 말합니다. 구글 같은 일부 기술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의 경우, 기술이 아니라 고객 니즈(Needs)의 변화에 호응하거나, 충족되지 못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비지니스 모델의 혁신이 오히려 디스럽션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라는 겁니다.
결국 성공적인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고객 가치 사슬(CVC, Customer Value Chain)을 제안합니다. 고객 가치 사슬에서는 고객 가치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 고객 가치 창출(+) :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
- 고객 대가 지불(-) :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해 추가하는 활동
- 고객 가치 잠식(-) : 가치를 창출 하지도, 창출된 가치에 대가를 부과하지도 않는 활동
테이셰이에 따르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디스럽션은 기존 비지니스의 고객가치사슬에서 고객 니즈의 변화를 충족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약한 사슬을 끊어내고, 그것을 대체하는 디커플링을 통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 가치 사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에 대한 영역을 대체함으로써 오히려 더 빠르게 전체 비지니스 체계를 변화시키고 있을 정도입니다.
중고거래의 경우를 보자면, 과거에는 동네 플리마켓이 열리거나 지인들과 안 쓰는 물건을 저렴하게 거래하거나, 중고매장이라는 유통상을 거치거나, 온라인 카페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고객 가치 사슬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 가치는 바로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제대로 된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당근마켓은 이 지점에서 바로 동네 단위 직거래라는 가치에만 집중하면서 먼 곳의 미상의 사용자와 택배로 거래하는 것보다,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핵심가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거래자를 믿지 못해 침체되었던 중고거래를 부활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당근마켓은 가까운 곳의 이웃과의 거래라는 가치 사슬을 활용하여 이웃 간의 연결을 도와주는 "동네 생활"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따뜻하고 활발한 교류'라는 가치를 부가적으로 창출하고 있습니다.
▾ 중고거래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고객 가치 사슬(CVC)
중고거래 과정을 고객 가치 사슬(CVC) 표로 작성하고, 유저 저니에서 사용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터치 포인트를 붉은색(불만)과 노란색(불편)으로 표시해보았습니다. 중고 P2P 거래 특성상 비용 지불에 대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보다는 가치 잠식에 대한 사항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중고거래에서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페인 포인트는 1. 찾는 물건이 없는 경우 2. 판매자와의 문제로 거래에 실패한 경우 3. 상대방과 약속을 정해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번거로움- 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서 사용자가 프로덕트를 이탈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사용자가 부정적으로 느끼는 가치 잠식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됩니다.
순수예술을 공부하는 동안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동경하고, 함께 작업을 하고 싶던 팀은 2015년 영국의 터너상(예술계의 노벨상) 수상자인 '어셈블(Assemble)' 이라는 그룹이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분야(건축, 철학, 역사, 언어 등)에서 활약 중인 20명 내외의 구성원이 비상시적으로 뜻을 모아 협업하는 프로젝트 집단(collective)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공간을 통해 탐구하며 그 창작물을 통해 도시재생을 이루기도 합니다. (그룹 어셈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https://www.iknowhere.co.kr/magazine/30587를 참고하세요)
이번 연구를 하는 내내 당근마켓의 철학이 그룹 어셈블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운 곳의 사람들을 이어주고자 하는 당근마켓의 미션은 인터넷을 통해 더 멀리 있는 사람,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고자 했던 기존의 생각에서 한발 물러나, 바로 옆에 있는 이웃과의 관계, 동네라는 커뮤니티에 대해 돌아보게 만듭니다. 서비스가 커질수록 더 좁은 지역을 밀도있게 연결하겠다는 당근마켓의 신념과 함께, 우리 사회가 이웃과의 따뜻한 교류가 많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길 살며시 바라봅니다.
이어지는 글 - 당근마켓 역기획 2편
https://brunch.co.kr/@uniher/9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