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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닷빛 Dec 02. 2021

콩순이를 듣다가

이름과 푸우


콩순이는 딸의 애청 오디오 콘텐츠다. 작년 코로나 락다운을 견디게   일등공신이다. 영상을 계속 보여주기는  그렇고 집안일이나 나도   돌리자 싶을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콩순이 일기 들려줬다. 유치원에 가지 않았던 2  동안,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맘때 한국어가 확 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요새도 딸은 심심찮게 콩순이를 듣는다. 정작 애니메이션은 며칠 전에야 처음 보다 말았다. 전직 라디오 피디  아니랄까 , 오디오 드라마를  선호하는 듯하다. 참고로 콩순이의 일기’는 새로 업데이트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좀 아쉽지만,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다. 특히 한국어 학습을 고민하지만 동영상은 별로 안 보여주고 싶은 부모님들께 추천할 만하다. 성우분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오디오 드라마 특유의 몰입감도 있고, 다른 걸 하면서 심심풀이 땅콩으로 들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콩순이의 일기에서 걸리는 부분이 없는  아니다.  에피소드에서 콩순이는 엄마 이름을 찾아 헤맨다.  집어서 콩순이만 엄마 이름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같이 등장하는 송이, 밤이 모두 엄마 이름을 모른다. 심지어 밤이는 자기 엄마 이름이 “*밤이 엄마!”라고 자랑스럽게 외치기까지 한다. (콩순이는 유치원을 다니는 설정으로 아는데… 아니 저기요아무리 유치원 아이에게… 엄마 이름 정도는 알려주지 않나요? ) 콩순이 엄마 이름을 몰라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는 호칭을 엄마의 이름으로 헷갈려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 김애미? 이런 식이다.


엄마의 이름이 사라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이를 비판하는 건가 싶다가도 이름이 사라지려면 집에 오면 자기만 하는 수의사 아빠 이름을 모르는 쪽이 훨씬  개연성 있는 아닌가 싶기도 하고, 여러 모로 조금 무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본래 이름보다는 **네 엄마라고 불리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시하는 문화. 어떻게 보면 딱히 여성과 관련되었다기보다는 그냥 본인과 더 가까운 관계를 중심으로 호칭을 하는 한국 문화의 특성인 것도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의 **로 규정되는 것이 한결같이 싫다. 어렸을 때는 **네 딸이라고 하는 말이 싫었고, 지금도 ** 엄마보다는 **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쪽을 선호한다. 외국인들이야 만나면 **네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니 상관없지만, 여기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좀 애매하다. 딸 친구 엄마(아빠)들도 되도록이면 이름을 여쭤보고 호칭도 **네 엄마보다는 **씨, ** 언니 등으로 하려고 한다. (그건 또 그거대로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얘기를 하려던  아닌데 이렇게 ‘이름으로 얘기가 샜지.



오늘의 본론!

오늘도 딸을 씻기면서 ‘콩순이의 일기’를 들었다.


동화작가 엄마는 출판사와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나가고, 아빠가 일찍 와서 콩순이와 콩콩이를 돌본다.


아빠가 콩순이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것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우리 따님, 이 에피소드도 여러 번 들어서 답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어느새 진심으로 물음에 답하고 있다. 그 답이란 바로…

나?”


그렇지 않아도 오늘 연어 채소구이를 많이 먹어서 그렇지 않아도 볼록한 배가 유난히 눈에 띈다. 볼록한 배를 두들기며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나”라고 고백하는 우리 푸우 양. 오늘도 덕분에 크게 웃는다.


(아, 궁금할 분들을 위해 위 수수께끼의 답을 공개하자면… 바로 ‘공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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