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논리

하루에 5만 원 버는 나만의 재태크 방법

by 우연과 상상

재테크에 소질이 없다. 며칠 전 글방에서 어떤 분께서 말씀하셨는데, 나 역시 초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로 수시로 에너지가 방전되는 터라 재테크까지 하면 과장을 조금 보태 죽을지도 모른다. 동료와 친구들의 미국주식이 올랐다, 비트코인이 올랐다 할 때마다 부러운 마음 가득이지만, 야수의 심장을 가지고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도 내 방어기제 때문일거다. 미리 방전될 나를 내다보고 거기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이겠지. 매일같이 요동치는 차트의 등락에 내 심장은, 방전을 넘어서 사망을 선고할지도.


맞다, 게으름에 대한 합리화다. 주식 투자하려면 차트 보는 법이나 미래가 유망한 산업에 대해 공부를 해야하는데, 공부하기 싫다. 귤이나 까먹으면서 책이나 보고 싶다. 그러다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든다. 다들 어디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데, 존리 아저씨가 돈이 일하게 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싫다고 버티다가 비참한 노후를 맞이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주식은 아무래도 못하겠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도 없다. 뭐라도 해야겠는데... 정말 테크를 뭐라도 하긴 해야겠는데... 그렇게 생각해 낸 것이 근테크다. 근육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근테크. 근육을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뜻이다.


인바디를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의 근육량은 단 한 번도 정상 범위에 들어선 적이 없었다. 언제나 표준이하... 그렇다고 운동을 아예 놓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물론 깨작이는 수준이었지만, 요가도 2-3년 했었고, 헬스장에 주 3회 이상은 가서 운동을 했었다. 그럼에도 표준이하라는 것은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 몸은 진작 무너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본투비 저질체력. 그런데 지난 세 달 간, 이사를 하고 학기말이라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운동을 놓았었다. 하루에 스쿼트 300번씩 꾸준히 하며 겨우 만든 근육이 다 빠지고,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아, 세 달 쉬었다고 몸이 이렇게 가는 구나... 이제는 정말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살려면 운동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웬 걸! 근육 1kg에 13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정확한 근거는 없으나 나는 이 말을 철썩같이 믿기로 했다. 내가 재테크해서 1300만원을 버는 게 빠를까, 근육 1kg을 얻는게 빠를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가능성이 더 높다. 분명 1kg 안에는 운동하는데 드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지난 번에 PT를 받았는데 1회당 6만 5천원이었다. 이것도 여러 번 한꺼번에 등록을 해서 할인된 금액... 요즘은 회당 7-8만 원이 기본인 듯하다. (싼 곳도 있지만, 싼 곳은 비지떡일 확률이 크다.) 연예인이나 고연봉자가 아니고서야 마음 놓고 PT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균적인 월급쟁이의 월급으로는 PT로 들어가는 비용이 큰 부담이 되는 것도도 사실이다.


물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가의 자격을 얻기까지 그들이 들인 수고와 노력을 생각하면, 그 노력에 합당한 비용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래서 운동의 기본기를 잘 배웠고, 근육 및 뼈의 움직임에 관한 잡다한 지식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평생 PT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헬스장에 가서 꼬박 1시간을 채워 운동을 하고 오면 5만 원을 번 거라고. 그제랑 어제 운동하러 갔다 왔으니 10만 원을 번 셈. 오늘도 5만 원을 벌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지. 한달 꼬박 운동하면 150만 원을 버는 셈이고, 그러면 재태크 수익으로 꽤 쏠쏠하다. 앞으로 근테크로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 미리 애플워치를 샀다는 건 비밀인데(거기다 줄질도 조금 함), 덕분에 지금 벌어둔 10만 원을 까먹고 다시 적자가 되었지만... 그렇지만!! 하루 운동에 5만 원이니 며칠만 더 하면 바로 흑자전환이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기적의 논리라고. 하지만 나는 이 기적의 논리로 나만의 재태크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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