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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Jan 14. 2024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나에게 '인스타'라는 것을 가입할 수 있게 용기를 준 책

1. 나, 이분 알고리즘에서 봤어
2. 조금은 더 솔직해져야겠다


1. 나, 이분 알고리즘에서 봤어

이연님.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의 저자다. 이분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책을 읽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는 유튜버'라고 소개한다. 구독자는 87만. 요즘에는 천만이 넘는 유튜버인데도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알고리즘의 폐해 혹은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암튼, 그래도 87만이면 대단한 숫자 아닌가. 책을 잠시 제쳐두고 검색을 해봤다. '어라! 아, 이 사람~'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무심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의 생각을 툭툭 던지는 쇼츠 영상이 언젠가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올랐던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묘한 끌림이 있었다.  그 영상들이 특이할 것은 없었으나 특별함은 있었다. 사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은가. 때문에 잘 그린 그림을 보는 것보다는 그림과는 전혀 관계없는(?)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솔직하게 읊조리듯 털어놓는 게 그 영상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나는 영상을 보면서 나도 그림을 이 정도로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나는 그림을 못 그리니까 이연님과 같은 유튜버 될 수 없는 것이라며 위안 같은 변명을 만들었다. 핵심은 그녀의 그림이 아니라 그녀의 말에 있음에도 그때는 그렇게 느껴졌다.


생각의 변화는 이 책을 읽으면서였다. 저자의 유튜브에 구독자가 많아진 것은 그림이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물론 그림도 한몫했을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림은 눈을 즐겁게 하는 용도일 뿐, 구독자의 마음을 홀리게 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었다. 그녀의 영상은 겉만 번지르르한 순살 아파트가 아닌 속이 꽉 찬 단독주택 같았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유튜브에는 생각보다 자신의 속 이야기를 편하게 다룬 영상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꾸며놓은 영상이지 유튜버 본인을 편하게 드러내지는 못했다. 브이로그도 결국 구독자를 위한 브이로그였다.


2. 조금은 더 솔직해져야겠다

어쨌든 나는 유튜브를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지금처럼 글을 써 나갈 것이다. 그리고 독서 리뷰어이자 에세이를 쓰는 사람 정도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게 일기는 아니기에 사람들이 많이 줬으면 좋겠다. 방문에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내 생각을 같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이유도 조금 더 소통이 활발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런데 난 아직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원인이 무엇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를 읽고 나자 내 에서 내 자신이 솔직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싶었다.


'I' 성향 이어서 그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다. 숨기고 싶다.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 앞에서는 너무나 활발한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껴 있는 단톡방에서는 한 마디를 건네는 것도 눈치 보인다. 나도 모르게 나를 보여주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가입했다. 사람들이 종종 인스타를 하냐고 물어보면 "저, 안 해요."라고 답하는데 나는 정말 아이디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유명 감독의 말에 공감이 되어서인지 싸이월드 이후 굳이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드러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거대 기업에서 만든 플랫폼을 활용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은 공감이 되었고, 부모님 세대처럼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아닌가 싶었다. 인스타를 가입하고 블로그와 연동도 하고 내 사진도 살짝 넣어봤다. 역시나 인스타를 하니 주변의 아는 사람들이 공감과 팔로우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 눈치를 안 보고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글이 되길 바랐는데 그건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설렌다. 약간의 변화인데 삶의 방향이 조금은, 0.1도 정도는 변한 느낌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거장의 촌철살인 같은 명언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일반인의 주저리의 힘이 있고 그래서 희귀한 책이다.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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