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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Jan 07. 2024

나는 미술관에 간다

7개국, 10개 미술관, 89개 작품으로 초대합니다.

1. 작품의 스토리를 알면 더 재밌다
2. 작품별 짧지만 알차게 소개


1. 작품의 스토리를 알면 더 재밌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작품을 보는 것은 재밌지만 그 작품이 왜 훌륭한 작품인지를 기술적으로는 잘 알지 못한다.  미술을 볼 때 기술적 측면이라고 하면 '고흐의 작품은 노란색 등의 비비드한 색채를 바탕으로 강렬한 에너지가 특징이며, 르누아르는 일상적인 주변의 순간에 대해 선명하고 기분 좋은 색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특징이다'를 알고 작품을 보는 것이다. 폴 세잔 작품이 나오면 '정물화의 대가라고 할 수 있으며 인상주의로 대표된다'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특징을 잘 알지 못한다. 미술사조는 맨날 까먹으며, 인상파니 낭만주의니 고전주의니 하는 것을 그때그때 찾아보고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금세 잊는다. 볼 때는 다 기억나는 거 같은데도 며칠 지나가면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다. 그래도 신기하게 미술 작품을 보는 게 재밌다. 내가 미술 작품을 볼 때 재밌게 느끼는 부분은 작품에 숨겨진 스토리다. 그 스토리란 작가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작품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학교 역사 시간 때를 떠올려 보면 원래 교과서에 나오는 정사보다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야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국룰 아닌가.

이번 <나는 미술관에 간다>에서는 인상 깊었던 스토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고흐에 관한 것이었다. 고갱을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그렸는데, 2달 만에 고갱과 싸우고 헤어졌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고갱은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작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편지로 작품 하나만 달라고 부탁을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더 재밌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흐가 작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전에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작품만 12개나 되는데도 끝까지 고갱에게는 주지 않았다고 한다. 화가로서는 대가 반열에 드는 두 사람 사이에 초등학생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가 숨겨있다는 게 새롭다.


2. 작품별 짧지만 알차게 소개

<나는 미술관에 간다> 책이 좋았던 것 작품별 설명이 짧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쇼츠 영상이 유행이다. 영상이 길면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1분 정도 되는 영상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또 구독자들에게 외면당한다. 그 짧은 시간에 완성된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영상이 1, 2부로 나눠진다거나 낚시성, 예고편식의 동영상은 바로 '채널 제외'의 아픔을 당한다. 광고를 15초 미학이라고 하는 것만큼, 요즘 쇼츠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와 완성된 콘텐츠를 원한다.

그런 영상에 익숙해진 우리(나 포함)에게 이 책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책을 좋아하긴 하는데, 너무 늘어지면 사실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학부생도 아니고,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니기에, 그 작품에 대한 기본적 설명과 숨겨진 스토리 정도 알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이 그것을 해낸 것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웠다. 7개 나라에 있는 10대 미술관 작품 89개를 3~5 페이지 내외에서 완성도 있게 설명한다는 건 이야기꾼의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늘어지게 글 쓰는 것보다 핵심만 요약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저자 김영애 작가님이 다양한 분야에서 미술 관련 일을 하는 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작품별로 짧지만 알차게 소개가 되어있다. 작품의 내적인 설명뿐만이 아니라 그 작품과 관련된 작품, 화가에 대한 일생까지 부족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림에 대한 지식이 낮기에 이 정도로 만족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미술책을 여러 권 읽은 내가 주변 직장 동료들 보다는 아주 쬐~끔 더 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같은 필부필부에게는 아주 적당한 미술책 일 것이라 장담한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림도 큼직큼직하게 인쇄된 것도 사실 마음에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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