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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Dec 31. 2023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나, 이 책 보고 급 뉴욕 여행 준비 중이잖아

1.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2.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


1.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 두려움은 뭘까. 재미없을까, 하는 걱정일까. 스스로 고민을 해봤다. 이 나이까지 혼자서 여행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고, 여행이라는 건 장소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지에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나 홀로 해외를 안 가본 것은 아니다. 어학연수를 한다는 핑계로 캐나다에 6개월가량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홈스테이도 하고, 매일 등하원할 학원도 있어서 걱정이 덜했다. 학원가서 반 친구들을 만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해외에 가는 게 걱정인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게 두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고 그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집돌이어서 집에 있는 걸 좋아한다. 오래 나가 있으면 피곤해한다. 집에 혼자서 책 보고 글 쓰고 영화 보고 TV 보는 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집에 있을 때 얘기다. 반대로 밖에서는 혼자하고 싶지가 않다. 내게 집을 나선다는 것은 혼자를 위한 활동 아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통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나가는 것이다. 반경이 넓어질수록 더욱 그렇다. 집 앞 카페는 그래도 나 혼자 가도 되지만 동네를 넘어섰을 때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을 가는 것도 혼자만의 활동이 아니지 않나. 집에서 멀어지는 것의 끝판왕은 바로 해외여행이다. 그렇기에 해외여행만큼은 누군가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있다.

그런데 이 책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노승희 저자도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 어색하고 낯선다는 표현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든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대외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정을 많이 주는 사람이지만 혼자있을 때는 생각을 많이 갖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 나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혼자 여행에 대한 그녀의 표현이 공감됐다. 저자가 "혼자 여행이 심심하다는 말, 이 말은 실은 내가 나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다가가는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자, 어색함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라는 말을 했는데, 이거다 싶었다. 내가 혼자 여행을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2.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

나는 나와 친할까. 너무 이상한 말이지만 사실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느낄 것이다. 예전에는 혈액형이었는데 이제는 좀 과학적으로 보이는 MBTI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파악다지. 그런데 그 MBTI가 나처럼 계속 바뀌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점에서 나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기까지는 아니어도 지금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기록한다는 것만큼 나를 표현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서, 나와 친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승희 작가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동안 독서 리뷰만 하다 최근에 에세이를 써보자고 했는데 막상 쓸 내용이 많지 않아 걱정이었다. 그런데 에세이를 나와 친해진다는 개념으로 내가 나를 위로하고 나를 응원한다는 의미로 써보자는 생각이 들자 쓸 내용이 무궁무진하게 되었다. 되게 사소한 것을 재밌게 쓰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다. 유명인도 아닌 일반인의 일상을 읽게 한다는 건 평범한 속에 특별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것 솔직함에서 찾았다. 꾸미지 않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 이 책에 흡입력의 원천이었다.

솔직함이 나올 수 있는 것도 나 스스로 나와 친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여행을 결정하용기를 낸 이유 중 하나도 나에 대한 기록이 하나 더 늘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서였다. 그만큼 나를 더 알게 된다는 것이고, 나와 친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를 읽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느낌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쳐버렸을 뿐이다. 저자를 통해 과거에 내가 느꼈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고 어느 부분에서는 마음이 많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나도 지금의 내 직업 외에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기에 이 책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타인의 일기를 통해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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