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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Dec 17. 2023

공간의 미래

진단만이 아니라 처방(아이디어)을 제시해 보려는 것에 꽤  감동받은 책

1. 유현준 건축가님 유명한 건 알았는데 말이야, 읽어보니

2. 이 책의 카테고리가 건축학이 아니라 인문학인 이유


1. 유현준 건축가님 유명한 건 알았는데 말이야, 읽어보니

이 책은 우연찮게 내게 도착하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는데 이벤트에 당첨된 것이다. 유현준 건축가님이야 <알쓸신잡>, <알쓸별잡>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는 있었는데, 죄송한 얘기지만, 그 주변에 워낙 말발(?) 좋고 쟁쟁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 이 인물이 내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알쓸신잡 때는 작가 유시민 님과 뇌과학자 장동선 님, 알쓸별잡 때는 영화평론가 이동진 님과 물리학자 김상욱 님, 그리고 요새 좋아하게 된 배우인 민하 님까지 출연진이 막강하다. 이렇게 눈에 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니 자연스레 유현준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는 내게 힘을 얻지 못했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적어,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람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유현준 님을 잘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이분의 생각이 참 크고 멋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으로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공간의 미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온 지 2년이 지난 책이지만 팬데믹이 끝난 지금도 이 책의 내용은 충분히 유효했고 앞으로 건축 디자인에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분이 운영하는 유튜브 <셜록현준>까지 구독하게 되었는데 이미 그 인사이트를 알아차린 구독자가 114만 명이나 되었다는 것을 보고, 뜬금이지만, 역시 나는 그렇게 트렌디한 사람이 아님을 새삼 느꼈다.

암튼 영상을 보니 말을 진짜 잘한다고 생각했고 유현준이라는 사람이 TV 속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양보했구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이미 알 만한 내용을 게스트가 얘기해도 아는 척하지 않고 구독자의 시선에서 응했다. 이렇게 인터뷰어 역할을 너무 잘하는 것을 보고 여러 명이 있을 때에 굳이 본인의 차례가 아니면 인터뷰이를 자처하지 않아서 분량이 적었겠다는 뇌피셜도 해봤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공간의 미래>라는 책을 읽으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이 분의 단순한 유명세는 아니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이 책의 카테고리가 건축학이 아니라 인문학인 이유

일단 이 책이 가장 좋았던 점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진단만이 아니라 처방 즉,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이 출판을 위한 책이 아니라 저자가 그동안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건축가로서 현장에서 실무를 뛰면서 많은 고민을 했기에 나올 수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그냥 갑작스레 유명하기 때문에 출판사의 요청으로 책을 급하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현상에 대한 처방을 내리기는 쉽지가 않다. 최근 2~3년간 우후죽순 쏟아진 경제 관련 책들을 보면 제목은 현란하고 유튜브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 집필했다고 나오는데 막상 내용은 속 빈 강정이 너무 많아서 하는 말이다.

<공간의 미래> 내용 자체가 알차고 우리 실상에 적용 가능한 예시가 많았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선명해서 좋았다. 애매하게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건축법을 비판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며,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것이라는 디폴트 값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온돌 문화처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것이라고 무조건적 찬양 칭찬을 안 해서 좋았다. 유튜브에서도 보면 건축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우쭈쭈'식의 응원을 하는 게 아니라 4년 동안 본인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컴퓨터로 그려내지 못하면 그 친구는 어떤 핑계를 대도 게으른 것이라고 일갈하는 것을 보고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팀워크를 하기 전에 스스로 올라운드를 해봐야 한다는 마인드가 확고한 게 멋졌다.

책 한 권 읽고 너무 저자를 칭찬한 것 같은데 이 책이 건축학이 아니라 인문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를 목적으로 인간 근원에 대해 공부하는 학문이다. 아마 단순히 건축학적으로 어떤 건물이 더 낫고, 멋지고, 살기 좋은 것이라고 말했으면 이 정도의 터치가 내게 없었을 것인데 이 책은 인문학으로 접근이 되어있기에 문과생인 나도 공감된 바가 크다. 건축이 우리 사회와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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