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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Dec 10. 2023

조선상고사

신채호가 민족주의 사학자? 그냥 사실 그대로를 알자는 거였어!

1.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무슨 뜻일까
2. 민족주의보다는 사실주의, 진보주의!


1.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무슨 뜻일까

국사 시간에 근현대를 배울 때 신채호를 찾는 핵심 문장은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아와 비아의 투쟁? 我는 나를 뜻하고 非我는 내가 아닌 것을 말하니 나와 내가 아닌 사람이 싸운다, 정도로 해석되는데 사실 이렇게까지 생각한 적도 없다. 그냥 외웠다. 민족주의 사학자. 신채호. 아와 비아의 투쟁. 이렇게만 외워서 분류해 놓으면 나에게 독립운동가 신채호는 90% 이상 습득된 것이고 그를 아는 것이었다. 어차피 객관식이기 때문에 틀릴 리는 없다. 유교개혁론 정도 나오면 고난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자 이런 건 외울 필요도 없는 것임을 알았다. 고난도 문제라고 했던 유교개혁론도 신채호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세계 근현대가 이루어지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도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그때까지도 전분야에 유교적 사상이 만연하여 정신적, 기술적 유연성을 잃은 상태였다. 유교적 사고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당시 사회적 개혁을 늦춘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신채호 입장에서 문제점은 이러한 분위기가 당시 역사관에도 묻어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신채호가 조선 말에 살았고 그 당시의 주류가 유교였기 때문에 유교개혁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지 그는 불교개혁론, 신선도개혁론을 설파할 수도 있는 사람이며 인도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힌두교개혁론자였을 것이다.

즉, 그가 원했던 건 유교, 불교, 힌두교를 떠나 그냥 사실 그대로의 역사였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를 원했다. <조선상고사>를 읽어보면 신채호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건 사회 전반적인 풍토를 뒤엎고 싶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꼭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내려온 이야기 혹은 권위자의 말의 무비판적 수용이 아니라 진위 여부를 확인해 보는 습관, 그것이 잘못됐다면 새로 고칠 수 있는 용기를 원했다. 왜곡과 곡해가 난무하는 사회를 바로잡고 싶어 하는 그의 의지가 책을 읽는 내내 절절하게 느껴진다.



2. 민족주의보다는 사실주의, 진보주의!

이쯤 되면 그를 민족주의 사학자로 하는 건 실례가 아닌가 싶다. 민족주의라는 표현은 왜인지 모르게 민족을 가장 우선적 가치로 두고 그에 따른 사회적 계몽을 이루려는 정치적 표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 용어 자체만을 보면 민족을 우선시하는 선전이나 이데올로기적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신채호를 민족주의 사학자라고 정의하면, 그가 독립운동가이기도 하기에, 애국심 고취를 위해 역사를 그런 식으로만 해석하는 역사가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해석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민족주의적 애국심 고취는 우리가 제대로 된 역사를 일구어 왔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다.

<조선상고사>라 불리는 반만년의 우리 역사를 보면 답답한 면도 많지만 그렇다고 어디에 뒤처지는 역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조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삼한시대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만 잘 기록했다면 굳이 민족주의라고 불리지 않아도 애국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스토리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신채호는 민족주의라기보다는 사실주의 더 나아가 진보주의에 가깝다고 평하고 싶다. 유교 사회라고 역사에 유교적 색채를 덮고, 불교 사회라고 불교적 색채를 칠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과감함이 꽤나 진보적으로 보였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신채호 선생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개론적 이야기가 꽉 담겨 있다. 50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책이고 뒷부분은 당시 기술된 역사의 잘못된 점을 짚어주는 내용들이어서 다소 이해가 어렵다. 굳이 그것을 전부 이해할 필요는 없고 기억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신채호가 이 정도로 치밀하게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담고 싶었다는 노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그 뒷부분의 서술은 우리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점 양극단으로 치달으며 자신만의 생각 알고리즘에 빠져 사는 우리 사회에, 꼭 처방해야 할 생각 방식이 단재 신채호 선생 역사의식에 담겨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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