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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Nov 26. 2023

최선의 우울

행복한 이유는 비슷한데 우울한 이유는 사람마다 너무 달라

1. 사람마다 다르게 오는 우울감
2. 잘 되고 싶으니까 우울한 거겠지


1. 사람마다 다르게 오는 우울감

요즘은 우울에 관해서 얘기하자고 아무나 붙잡으면 누구나 한 무더기의 이야기보따리를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00블루'라고 해서 우울한 사람들의 숫자가 날로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뉴스에 많이 나왔고, 단순히 우울한 감정을 넘어 정신과에 갈 정도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도 많다. 이제는 심리상담이나 정신과에 다닌다는 말이 신기한 게 아닌 사회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인들에게 우울이라는 감정이 멀리 있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다는 인식을 못하고 있거나, 괜히 호들갑 떠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지금 자신의 우울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책에서는 가짜 우울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선의 우울>의 저자 이묵돌님이 말했듯이 우울의 이유는 참 다양하다.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는 사람마다 일치하는 무엇이 좁혀지는 반면에 우울은 그렇지 않고 종잡을 수 없다. 내 생각에도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돈을 많이 잃었을 때 '우울하다'는 감정으로 곧장 가지는 않는 것 같다. 불안감, 좌절감, 공포감 등이 먼저 오고 난 후 그 기분이 지속되면 우울감이 오는 식이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을 맞이해도 누구는 우울해지고 누구는 그렇지 않나 싶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 '우울한 이유가 뭔데?'라는 물음에 답을 들은 뒤 '에이~ 그런 것 때문에 우울하고 그러니.'라는 말이 나오기 일쑤다. 결혼을 안 한 사람은 안 한대로 우울하고, 한 사람은 한 대로 우울해한다. 애를 낳은 사람은 낳아서 우울하고, 애를 못 낳은 사람은 못 낳아서 우울하다. 그러나 행복과 비교하면 돈이 많이 벌면 행복하지만 돈을 못 번 사람이 못 벌었기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은 것처럼 역시나 '우울하다'는 감정이 행복보다는 종잡을 수 없는 감정임에는 분명하다.


2. 잘 되고 싶으니까 우울한 거겠지

그런데 우리는 왜 우울할까, 라는 고민을 해봤는데 그래도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그런 게 아닐까 호고 스스로 결론을 내보았다. 욕심이 없고 하고자 하는 목표가 애초에 없었다면 우울하다는 종착역은 없지 않았을까. 잘 되고 싶다는 건 물질적인 것을 수도, 비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다. 주식으로 성공하고 싶다거나,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거나, 여느 가족처럼 부모님과 잘 지내고 싶다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하다못해 집에 들어왔을 때 센서등이 잘 켜졌으면 좋겠다는 것일 수도…….


나 또한 그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간은 아닌 거 같다. 되게 작은 실수에 우울감이 올 때가 있다. 원 페이퍼 보고서를 냈는데 오타가 있어 윗분이 '신경 좀 써봐~'라는 가벼운 말이 묵직하게 가슴에 남을 때가 있고, 내 의도와 다르게 사람들이 날 오해했을 때는 당연히 우울하다. 그런데 이런 우울함을 이겨낼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이묵돌님에 따르면 완벽한 방법은 당연히 없다. 그래서 난 어떤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린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그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최선의 우울>로 이묵돌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책에 나와있는 과거의 논란도 함께 알 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열 권의 넘는 책을 출판했지만 아직 베스트셀러가 한 권도 없는 삼류작가'라고 했는데,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혹은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노력하는 주변의 작가분들을 알기에 삼류작가라는 말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왜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열 권의 책을 냈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의 과거와 마음 깊숙한 곳의 얘기를 글로써 이렇게 털어낼 수 있는 것만큼 큰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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