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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Dec 03. 2023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단연코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

1. 강원랜드에 다녀온 썰
2. 가장 놀라운 우연은 우연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1. 강원랜드에 다녀온 썰

강원랜드라는 곳에 처음 가봤다. 마침 <우리가 운명이리고 불렀던 것들>을 읽을 때 즈음해서 강원랜드를 다녀왔다는 게 참 우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 내용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우연에 관련된 것이며 그중 카지노에 대한 언급도 상당한데 내가 강원랜드를 자주 갔던 사람도 아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원랜드에 가게 된 것이기에 더욱이 우연하다고 느낀 것이다. 암튼 우연인지, 필연인지, 운명인지 알 수 없는 딱 그때에 이 책 읽고 강원랜드에 다녀왔다니...


사람의 뇌가 이렇다. 동시발생적인 사건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끼워 맞추려고 한다. 인과관계가 필요 없는 독립된 사건에 대해 어떠한 필연성을 찾고 싶어 한다. 어떠한 규칙이 숨어있지 않은지 궁금해하고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극단적인 예가 바로 내가 지난번에 갔던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발생한다. 나는 블랙잭이니 바카라니 하는 카드 게임은  규칙을 잘 모르기에 진짜 순전히 운에만 의존하는 다이사이라는 게임을 했다. 게임룰은 간단하다. 3개의 주사위가 기계를 통해 굴려지며, 그 결과 어떤 숫자가 나올지를 예상해서 베팅을 하는 것이다.


많은 조합이 있지만 간단하게 몇 가지만 말하면 총합이 4 혹은 17이 나오면 50배를 주며, 5 혹은 16이 나오면 30배, 9/10/11/12가 나오면 6배를 주는 식이다. 나오는 확률에 따라 배당이 조절되는데 재밌는 건 사람들이 앞에 나왔던 숫자들을 살펴보며 다음에 어떤 숫자가 나올지를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100회 동안 주사위가 1~6까지 몇 퍼센트가 나왔지의 카운팅이 되어있어 이를 토대로 다음 숫자를 예측하는 것인데, 이미 각각의 시행 확률은 독립적이라는 것을 배워온 대부분의 사람들이지만 어떠한 논리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분석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독립된 확률'이라는 것을 알지만 뭔가가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간절함으로 베팅했다.


2. 가장 놀라운 우연은 우연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밤새 카지노에서 베팅한 결과 1만 원이라는 수익금을 손에 들고 왔다. 피곤함은 있지만 하루종일 놀았는데 돈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나의 첫 강원랜드의 기억은 나쁘지 않다. 다시 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 책의 결론은 저자 슈테판 클라인이 서론에 살짝 흘리듯 언급했듯이 '우연은 우리의 삶에 선물'이라는 것이다. 우연이라는 것을 우리의 삶에서 인정해 버리면 우연이 주는 선물을 지나치지 않고 획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논리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우연을 인정하지 못하며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가장 놀라운 우연은 우연한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는 미국 수학자 존 앨런의 말이 그래서 크게 다가왔다. 우연이라는 건 우리의 삶에 언제나 일어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것을 인간의 무지로 치부하며 그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건 인생을 피곤하고 힘들게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는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혹은 이 우주가 절대적으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일 것이라고 전제해 버리면 이는 우리의 인지능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다만 저자의 의견과 다를지는 모르지만 이런 완벽함에 대한 갈증이 인간을 더 발전시키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의 연재 소제목처럼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단연코 올해 내가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재밌었다. 아무래도 책을 접할 때 카지노에 다녀온 것도  컸던 것 같다. 우연과 운명, 확률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인간이 관심이 갖는 분야이긴 하다. 단순히 저자의 주장과 생각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수 십 가지의 예를 빼곡히 책 속에 채워 넣어 읽는 동안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론가 이동진 님의 추천 도서라고 하는데 괜한 광고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읽으면서 스스로 재밌는 상상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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