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선 Mar 23. 2024

객관적으로

"야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말이야 이번 주까지는 프로젝트 완성이 불가능할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이 옷이 더 이쁜 거 같아.", "진짜 잘한 거 같아." 우리는 본인의 뜻을 분명히 하고 강조할 때 이런 말을 많이 쓴다. [객.관.적.으.로 / 솔.직.히. / 진.짜.] 등의 부사.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장에 이런 표현이 들어가면 도리어 그 말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심지어 많이 남발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린다. 화자는 진심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었겠으나 그럼 이전까지는 진심이 아니었던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이 중에서 '객관적으로'라는 말이 제일 객관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자신의 관점을 배제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그 단어가 오롯이 그렇게 사용되고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하기 위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의견을 끌어와 입증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이 표현이 '진짜'와 '솔직히'보다 더 나쁘게 들린다. 객관적이라고 그러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보이기에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딱 좋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객관적'이라는 표현이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객관적이라고 떠들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이 말하는 '객관'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주관'의 합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과장되고 아깝다. 그저 아군의 의견만을 똘똘 뭉쳐 여론인 것처럼 선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객관적'이라고 말하면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와 '주관적'으로 전달하고 싶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객관적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쓴다. 우리가 살면서 객관적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얼마나 될까. 나는 차라리 속 시원하게 '내 주관적으로는 말이야'라고 하는데, 이게 속 편하다.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객관적이라는 것이 다수결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의 의견이지만 객관적으로 정답일 수 있다. 객관적이라는 표현은 누가 봐도 그냥 그런 상태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놓여있는 게 객관적인 상태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보통 일상에서 사용해야 하는 표현은 '객관적으로 볼 때 말이야'라는 말보다는 '다수결에 따르면'이라는 말이 더 적절 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수결에 따르면'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다. 그 단어는 과학적이지 않아 보이며 실제로는 자신의 의견이 다수가 아닐 수도 있기에 피해 갈 여지를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내가 너무 꼬이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일까? 그냥 편하게 살면 되는데 단어 하나까지 집착하고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객관적이라며 '비과학적'일 수밖에 없는 이 말에 힘입어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안타까워 글을 시작해 봤다.


그리고 끝으로 고백하건대 나도 이런 식으로 남발하는 표현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사실'이라는 단어다. 말할 때는 잘 안 쓰는데 글에서는 자주 등장하게 된다. 아무래도 글이기 때문에 내가 '사실'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것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가려고 쓰게 된다. 그 표현이 들어가면 연결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서 이 문장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솔직히, 진짜, 나도 참 객관적이지는 못한 거 같아!" :) 《끝》

이전 18화 쓴소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