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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Dec 02. 2023

도파민 전성시대

바야흐로 도파민 전성시대다. 언제부터 우리 삶에 도파민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진 것일까. 나와 같은 경우는 코로나 초창기 때 주식을 시작하고부터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 때아닌 주식 광풍이 불었고 어느 증권사 직원이 유튜브에서 개인이 주식을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주식을 도박처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확실한 수익에 대해 도파민이라는 성분이 뇌에서 분출되면서 장투가 아닌 단타의 함정에 빠졌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주식은 '이러 이렇게' 하는 거라고 조언을 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증권사 직원도 수익은 잘 챙겼나 모르겠다.

그 이후부터 주식 외에 여러 분야에서 도파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니 내게 들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야겠다. 좀 주제를 벗어나 다른 얘기를 하자면, 이런 게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도파민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되게 잘 들린다.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보이지 않았던 식당이, 애인과 우연이 같이 들어가고 난 다음에는 안 보였으면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제 더 이상 혼자는 가고 싶지 않게 된 그 식당을 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 길을 일부러 피해서 가야 하는데 그런 인위적인 행위 자체가 그 식당을 더 각인시킨다.

암튼 핵심은 도파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즉, 점점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새로운 것, 신선한 것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했다. 그러나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별개다. 새로운 게 곧 자극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싸이가 등장했을 때 신기했다. 뉴진스의 무대는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첫사랑은 모든 게 새롭다. 이를 두고 자극적이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 뒤에 따라오는 후발주자는 당연히 새롭고 신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시선을 끌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극적인 것을 선택한다.


최근 연애 프로그램들이 딱 그렇다. '나는 솔로', '솔로 지옥', '환승 연애', '돌싱글즈' 보고 있으면 도파민이 폭발한다. 첫사랑의 간질간질하고 새로움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짧은 시간, 제한된 시간에 사랑을 쟁취하고 얻어야 하는 치열함이 있다. 그 치열함이 '고구마'와 '사이다'를 오가며 우리를 자극하고 그 콘텐츠가 우리를 또 붙잡는다.

도파민의 가장 끝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바로 마약이다. 필로폰의 경우는 1회 투여량으로 일반적인 도파민의 몇 천배가 분비된다고 한다. 단순한 자극, 2~3배의 자극, 심지어 10배, 100배의 자극에도 특정 부류한테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중독이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제는 영화 속이 아니라 뉴스에서 마약 관련 사회적 문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의 현실이 그렇다.


다시 주식 얘기를 하자면 최근 2차 전지 관련주 광풍이 불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보면 주가가 반토막 수준이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남은 것은 개인들의 허무함과 공허함뿐이다. 도파민이 휩쓸고 간 후의 텅 빈 눈동자 같다. 그렇다고 지금 도파민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의 창의성도 결국은 도파민을 통해 발휘되는 것 아니겠는가. 단지 우리 사회가 새로운 것은 추구하되 너무 자극적인 것만을 따라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다.

90년대 우리 형님, 누님들 세대의 패션이 불현듯 떠오른다. 자극적인가? 내 기준에 그렇지는 않다. 그저 남들과는 다른 차별성과 개성이 폭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하다는 게 꼭 자극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는 듯하다. 잠시 주변의 자극과 도파민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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