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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Jun 01. 2024

단톡방


순서: 1-2-3

1.
우리에게 카카오톡이라는 것이 언제부터 쓰였더라. 찾아보니 2010년이다. 취업 준비했을 때이니 대충 맞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문자가 아니어도 무료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했다. 문자는 약정 횟수를 넘어서면 돈을 내야 하는데 카톡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엄밀히 말하면 데이터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던 나로서는 굳이 카톡이라는 것을 써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사실은 2G폰을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카톡 앱을 애초 폰에 깔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카톡을 쓰지 않고 문자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카톡의 단톡방이란 기능이었다. 문자를 할 때는 개인끼리의 연락이 전부였지만 카톡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단톡방 활동이 활발해졌고 사람들이 재밌어했다. 그 방에서만 공유되는 내용이 다음날 만났을 때 회자되었고 나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문자가 무제한이었지만 상대도 무제한인 것은 아니었다. 텍스트로 많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은데 문자는 적절하지 않은 채널이었다. 소위 메신저 생태계가 구축되자 나 홀로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나도 카톡이라는 앱에 합류하게 되었다.


2.
카톡은 정말 신세계 같았다.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과 동시에 대화를 나누고 실시간으로 공유한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었다. 이전에 프리챌 클럽이나 다음 카페와는 다른 신속함이 최대 장점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재밌는 부분은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둘 사이의 대화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눈팅을 하고 있는 공간에서 텍스트를 주고받는 것이다. 마치 카페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는데 다른 사람이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글을 올리고 글 옆에 숫자가 줄어들면서 모든 사람이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공지가 잘 됐는지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게 또 다른 장점이기도 했다.

그런 카톡이 온 국민에게 사용된 지 약 15년 가까이 된다. 카톡 기능이 좋아지면서 이제 폰을 바꾸어도 예전에 있었던 단톡방이 그대로 따라온다. 그러다 보니 활동도 안 하는 10년 전 단톡방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런데 나가지는 않게 된다. 다른 친구한테 물으니 "귀찮아서"라는 답이 왔는데 "그럼 지금 나가면 되겠네"라고 했지만 나가지는 않았다. 스스로도 나가지 않는 100%의 이유를 못 찾고 있을 수 있다. 더 신기한 것은 단톡방에서 몇 개월 동안 대화 한 마디를 하지 않으면서 그 방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다. 정말 그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서는 그 친구가 답을 해줬다. "대화는 나누고 싶지 않은데, 소외되기는 싫은 거 아니야?" 흠... 그런 걸까.

단톡방이 생기면서 정보가 더 활발하게 공유되고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어느 모임에서든 이야기를 이끄는 리더가 있기 마련이고 분위기 메이커가 존재하는 것처럼 비대면의 단톡방에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나머지 사람들은 형성된 그 방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 모두가 단톡방의 분위기와 대화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단톡방이 마음에 안 들거나 피로하다고 느껴 나가버리면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는 꼴이다. 그래서 나갈 수가 없다. 보이지 않은 족쇄라고 해야 할까나. 정말 그런 이유 때문에 그 활발한 단톡방에서 입꾹하고 눈팅만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3.
원래 인간은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인터넷이 안 되던 시절, 자가용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톡방이 없던 시절이 더 좋았던 것일까, 하며 상상해본다. 누가 글을 올리면 읽었는지 여부가 숫자로 표시되는 방. 그렇다고 나가버리면 활동 그룹의 정보를 나만 모르게 되는 상황. 대화에 끼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내용을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단톡방이 생기면서 정보는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상황이 됐는데도 소외감과 박탈감이 더 커지는 아이러니가 생기고 있다. 비행기가 이미 생겼는데 비행기가 없는 시절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단톡방이 없던 시절로는 이제 갈 수 없다. 그렇기에 여기에 넋두리라도 해보며 오늘 글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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