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뮤지션
왼쪽부터 김광석 정규 1집 [김광석 1] (1989), 정규 2집 [김광석 2nd] (1991), 정규 4집 [김광석 네번째] (1994), 다시 부르기 1집 (1993), 다시 부르기 2집 (1995), 정규 3집 [나의 노래] (1992)이다.
김광석이라는 세 글자 이름이 정말 오래도록 살아 남아 있다. 비록 그의 육신은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음악 하나하나에 그의 혼이 깃들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있으니 그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과 같다.
그는 타고난 노래꾼이다. 호흡과 발성 같은 테크닉적인 요소로 그의 노래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가 와도 결코 꺾이지 않는 그만의 무언가를 타고났다. 이것은 배울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그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명징하게 나뉠 뿐. 김광석은 그걸 가진 자로서 엄청난 명곡 씨앗들을 황폐한 세상 밭에 뿌려 비옥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밥 딜런(Bob Dylan)의 곡을 번안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에서는 기존의 통념을 깨부수는 아이러니한 노랫말로 신명 나는 재담을 들려주었으며, '이등병의 편지'에서는 돌연 갓 입대한 이등병으로 분장하여 눈물겨운 병영 생활과 그리움의 정서를 전달한다. '그루터기'와 같은 민중가요를 부를 때는 가슴이 뜨거워질 만큼 강렬한 연대의식을 환기하기도 한다. 그의 노래가 그저 '노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소중한 '이야기', 더 나아가 '문학'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 속에서 이렇듯 오랫동안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토록 명예롭게,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나는 이름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아름답고 고운 심성을 가졌기에, 그에겐 이 세상이 너무나도 힘든 곳이었던 모양이다. 너무나 안타까운 그의 죽음 앞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음악들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듣고 가슴에 새기면서 세상이 더 이상 폐허가 되지 않도록 가꾸는 일뿐이다. 바르게 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