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피의 복수, 그리고 윤수의 귀환

by Charles Walker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다.”

민규가 돌연 어떤 학생을 데리고 와서는 엄숙하게 선언했다. 기말고사 끝나고 여름방학을 앞둔 이 시점에 갑자기 전학생이라니.

“야, 차건. 채윤수 학교 짤렸냐?”

“아냐. 짤리긴...”

“근데 우리 반에 왜 전학생이 와?”

“...부장쌤 반이니까 그렇겠지 뭐.”

그렇게 말하는 건이도 내심 걱정되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채윤수... 대체 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시간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서, 반이가 린치를 당했던 날로 다시 향해본다. 보건실 밖으로 윤수가 나가고 난 뒤, 몸을 추스른 반이는 윤수를 따로 만났다.

“할 얘기가 뭔데.”

“지금 가서 말할 거야?”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각오는 돼 있는 거지?”

“뭐... 얼마나 각오를 해야 하는 건데.”

“내일부터 넌 학교 나오면 안 돼.”

윤수는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뭐?”

“진흙탕에 제대로 구를 준비가 안 된 거야?”

“학교 안 나오고... 뭘... 어떡하라고.”

“무조건 정난주랑 같이 움직여. 정난주가 하자는 대로 하고, 가자는 데로 가. 그리고 건이랑 내 연락은 절대 받지 마. 건이가 아무리 독촉해도 절대 반응하면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지켜.”

윤수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지만, 워낙 단호하게 말하는 통에 안 지키면 안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연유로, 건이는 지금껏 윤수와 아무런 연락도 주고받지 못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 윤수가 학교를 그만두게 될 수도 있는 이 위태로운 시점에 전학생이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반갑다. 나는 정준혁이라고 한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속도 모르는 저 녀석은 반갑다고 말한다. 곧 있으면 여름방학인데. 적응할 만하면 잊히겠는걸?

“건이 옆자리가 비었으니 그리 가서 앉으면 되겠구나.”

‘저 양반이 진짜. 이 자리는 윤수 자리라고!’

“감사합니다.”

건이는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푹 숙였다. 이대로 윤수가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건이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바로 반이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윤수 곧 돌아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건이 앞에서 반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너무나 단정적인 반이의 말투에 건이는 오히려 마음이 더욱 달았다.

“넌 어떻게 알아, 그걸. 너하고는 연락이 돼?”

“안 돼. 나하고도.”

“근데 어떻게 아냐고오...”

“차건. 나 못 믿어?”

“...당연히 믿지.”

“누나 한번 믿어 봐. 2학기 전에는 윤수 꼭 돌아온다니까.”

“전학생까지 왔다고. 윤수 자리에 걔가 앉았다니까?”

“전학은 어느 때나 어느 반에나 올 수 있어. 걔가 왔다고 해서 윤수가 반드시 학교를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아 몰라 암튼. 그 새끼 기분 나쁘고 짜증 나.”

“너무 그러지 마. 걘 단지 니네 반에 전학 온 것뿐이라고.”

반이가 어르고 달래도 건이는 여전히 씨근거렸다.



한편, 결전을 앞둔 난주는 마음이 한껏 고양되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윤수 또한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이제 오늘 하루만 버티면 이 진흙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윤수야. 서울 제패가 우리 눈앞에 있어.”

어쩜 그리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잖게 뱉어낼 수 있는지. 윤수는 난주의 저 뻔뻔함에 남몰래 경악했다.

“적은 그때와 같이 서른 명. 우리는 여섯 명이야. 하지만 우리에겐 채윤수가 있어. 두려울 게 하나도 없다고.”

난주 일당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존경스러운 눈빛을 윤수에게 보냈다. 윤수는 애써 그들의 눈빛을 외면했다.

“자, 이제 가자. 나성고 짓밟으러.”

난주와 윤수를 필두로 한 여섯 사람은 으슥한 창고 안으로 이동했다. 결전의 장소답게 적절히 습하고, 적절히 어두웠다. 창고라고는 하지만 적재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엄청나게 넓은 공간의 한가운데에 드럼통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선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꽃 뒤에, 나성고 일진 서른 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난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이, 정난주. 먼 길 오셨네?”

나성고에서 통을 잡은 자도 여학생이었다. 난주 입장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진검승부인 것이다.

“네년 잡으러 하도 멀리 돌아와서 말이지. 내가 지금 아주 화끈거리거든. 후딱후딱 하자고.”

“그럼 덤벼, 이년아.”

나성 통의 말이 끝나자마자 양쪽 끝이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맞붙었다. 하지만 어쩐지 평소와는 다르게 난주 쪽이 심하게 밀리는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자신에게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주먹과 발길질을 피하며 난주는 끊임없이 윤수를 찾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 어디에도 윤수는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버린 것이다.

“이런 씨발!”

모든 사실을 깨달은 난주는 전의를 상실하고 그 자리에 거꾸러지고 말았다. 난주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본 나머지 일당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가 버렸으며, 승리를 거저먹은 나성고 일진들은 잠시 얼떨떨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난주의 서울 제패의 꿈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정난주 자퇴했대.”

어느 날 건이가 아침 댓바람부터 반이를 보자마자 건넨 말이다. 반이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리고 반이는 숨을 크게 훅 들이쉬고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 윤수 만나러 가자.”

평소보다 일찍 도착한 학교. 건반 커플은 잰걸음으로 곧장 교실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야, 채윤수!”

“왔냐. 일찍 왔네.”

윤수는 건이를 보자마자 가슴에서 무엇인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마 건이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뜨겁게 서로를 마주 안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두 남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반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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