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연주를 들려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시아(Asia)는 1981년 영국에서 결성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이다. 이 밴드를 알게 된 시기는 그리 오래지 않은 지난날인데, 서울에 사시는 작은외삼촌 댁에 놀러 갔다가 삼촌으로부터 추천받은 밴드 중 하나가 바로 이 아시아였다.
프로그레시브 록 하면 난해하고 복잡할 것 같다는 편견이 먼저 작동할 것 같은데, 아시아의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연주가 굉장히 화려하다. 말장난 같지만, 밴드 이름이 일개 나라도 아니고 지구에서 가장 큰 대륙인 무려 '아시아'인데 어련할까.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 덕택에 마치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행사에서 그 시작과 끝을 알릴 때 등장할 것만 같은 음악이다. 그런 음악이 어렵고 복잡할 리 있겠는가?
내게 이 밴드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바로 이들의 히트곡 중 하나인 'The Smile Has Left Your Eyes'를 들을 때였다. 이 곡, 어딘가 익숙한데?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수도 없이 들었던 멜로디인데 싶어서 기억을 되짚어 보니 2002년으로 시계가 멈춰 섰다. 바로 가수 박정현의 커리어 하이로 손꼽히는 명반 [Op.4]에 10번 트랙으로 수록된 '이별하러 가는 길'이 아시아의 'The Smile Has Left Your Eyes'를 리메이크한 버전인 것.
둘을 비교해 들었을 때 삼촌은 원곡 쪽을, 나는 박정현의 버전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곡이 훌륭하다는 건 너무나 알겠으나, 나는 박정현의 버전을 살면서 적어도 삼백 번은 넘게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곡이 뇌리에 각인되어 버린다. 마치 문신처럼 새겨져 버린다. 그렇게 새겨진 음악은 섣불리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어렵다.
그래도 이들의 다른 곡인 'Heat Of The Moment'나 'Only Time Will Tell', 'Wildest Feeling', 'Here Comes The Feeling' 같은 곡은 내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하지만 완전히 이들에게 빠지지 못하는 이유는 스케일이 너무 크다는 것 때문이다. 일상에서 듣기에는 좀... 벅차다. 어떤 범국가적 세레모니에서 듣게 된다면 반갑게 느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