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소년일 것 같은 목소리의 소유자
김형중은 1993년, 그룹 이오에스(EOS)로 가요계에 처음 등장해 인상 깊은 목소리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당시의 대표곡은 '넌 남이 아냐'. 아마 이 곡을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법 큰 인기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김형중은 그룹 활동에 만족하지 못했고, 간간이 토이(Toy)의 앨범에 목소리를 보태는 등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이 발라드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이때 히트한 음악이 토이 5집의 타이틀곡인 '좋은 사람'이다.
기세가 좋을 때 밀어붙어야 하는 법. 김형중은 본격적으로 유희열과 손을 잡고 '그랬나봐'를 타이틀로 한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다. '그랬나봐'는 당시 노래방 애창곡에 상위권을 차지했고, 짝사랑 대표곡으로 대중들에게 자리매김을 단단히 하였다. 이 곡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유희열이 만든 아름다운 멜로디와 김형중의 소년 같은 목소리가 눈부신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눈물겨운 짝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김형중의 목소리가 그야말로 찰떡이었던 것이다.
짝사랑 시리즈는 이듬해 발표한 정규 2집 '그녀가 웃잖아'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아니, 이번엔 오히려 더 슬프다. 음악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한데 노랫말은 신파 그 자체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내가 널 사랑하니까, 남자니까, 우는 건 아픈 건 내가 할게. 넌 웃어줘'라니. 짝사랑의 고통에 오랜 날 신음해 본 적 있는 가련한 영혼이라면 이 노랫말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다(그 중 하나가 나임을 수줍게 밝혀 본다.).
이후에 발표하는 3집과 4집은 그렇게 즐겨 듣지 않아 보관함에도 없지만, 김형중의 목소리를 들으면 소중했던 내 젊은 어느 날이 금세 떠오른다. 사랑의 슬픔마저 소중했던 그 언젠가로 순식간에 나를 옮겨 놓는 김형중의 목소리를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