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제임스 디오의 화양연화가 담긴 앨범
ㅎㅎㅎ... 그저 웃음만 나온다. 하나님이 정말 계신다면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하나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밴드일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헤비메탈 밴드들이 그렇겠지만 블랙 사바스처럼 반기독교적 성향을 앨범 자켓 이미지에서부터 음악에까지 전면에 내세운 밴드가 또 있을까. 아기가 담배 들고 있던 반 헤일런(Van Halen)의 앨범 [1984] 다음으로 충격적인 앨범 커버일 것이다.
사실 블랙 사바스의 명반으로는 1970년에 나온 [Paranoid]를 꼽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때의 보컬인 오지 오스본(Ozzy Osborne)은 블랙 사바스의 색깔을 확립하는 데에 일등공신으로서 역할을 했다. 라이브 공연에서 박쥐를 뜯어먹는 등(...) 온갖 기행을 일삼았던 오지 오스본은 약물중독과 그에 수반된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밴드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었다. 오지 오스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 영입된 보컬이 바로 불세출의 보컬리스트, 로니 제임스 디오(Ronald James Dio)였던 것.
앨범 [Heaven And Hell]은 로니 제임스 디오와 함께한 블랙 사바스의 첫 앨범이다. 그리고 내가 블랙 사바스의 앨범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세상 모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다. 압권은 단연코 디오의 보컬이다. 광활한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특히 고음에서 시원하게 긁어주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앨범의 대표곡 'Heaven and Hell'은 너무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 한 곡으로 앨범의 가치가 섣부르게 매겨질 것 같아 다른 곡들도 좀 언급해 보고자 한다. 일단 2번 트랙인 'Children Of The Sea'부터. 이 곡은 헤비메탈이라기보다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류의 하드 록에 가깝다. 디오의 보컬에 맞추기 위해 밴드가 보컬에 최적화된 편곡과 연주를 한 듯하다.
그러고 보면 상대적으로 업 템포인 5번 트랙 'Wishing Well'도, 청량하게 터지는 7번 트랙 'Walk Away'도 모두 블랙 사바스 특유의 (어쩌면 오지 오스본 류의) '어둠'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초창기 블랙 사바스의 팬들은 이 앨범을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이건 헤비메탈이 아니야! 이런 하드 록이나 듣자는 게 아니라고! 블랙 사바스는 이래서는 안 돼!' 아니었을까.
...왜 안 될까. 일단 보컬이 바뀌었고, 보컬은 밴드의 프론트 맨이며, 프론트 맨은 무대 가장 앞에서 관객과 가장 가까이 만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납득할 수 없는 음악은 관객에게 전해질 리 없고, 그렇기에 밴드는 보컬이 가장 설득력 있게 노래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로니 제임스 디오는 결국 헤비메탈보다는 하드 록에 더 어울리는 보컬이었던 것이고, 그렇다면 블랙 사바스도 일종의 타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같이 안 할 거라면 몰라도 하기로 한 다음에야 어쩌겠는가.
다른 곡은 차치하더라도 앨범의 대표곡 'Heaven And Hell'은 꼭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디오의 보컬도, 밴드의 연주도 타이틀곡답게 가장 아름답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