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콰이엇 (The Quiett)

애증의 힙합 프로듀서

by Charles Walker
더 콰이엇 정규 2집 [Q Train] (2005)

나왔다. 나얼에 이은 또 하나의 애물단지. 내가 힙합을 거의 좋아할 뻔하게 만들어놨다가 훗날의 행보로 다시 학을 떼게 만들었던 바로 그 인물. 프로듀서 더 콰이엇(The Quiett)이다.


사실 [Q Train]을 말하기 전에, 전작인 정규 1집 [Music] (2005)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앨범에는 수많은 명곡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팔로알토(Paloalto)와 함께한 '상자 속 젊음'은 진정 필청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젊은 시절 치기 어린 모습, 매사에 서툴러서 여기저기 부딪치고 깨지며 상처를 속으로 삭이던 지난날이 저절로 떠오른다. 이 당시만 해도 더 콰이엇은 내게, 우리와 같이 방황하는 청춘들의 대변인이었다.


다음 앨범인 [Q Train]은 더 콰이엇의 프로듀싱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위주로 트랙을 짰다. 허나 이 앨범에도 불멸의 명곡이 있으니, 라임(Rhyme, 각운)의 대가인 래퍼 피타입(P-Type)의 목소리를 입고 다시 태어난 'Take The Q Train Remix'가 그것이다. 사실 이 곡은 1집에서 목소리 없는 인스트루멘탈로 먼저 선보인 바 있는데, 리믹스 버전의 목소리로 피타입을 기용한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두려움에 떨었던 유년 시절, 방황했던 청년 시절을 거쳐 마이크에 랩을 내뱉는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굴곡진 인생사를 담은 서사도 완벽하지만, 더 경이로운 것은 그 와중에 라임을 완벽하게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부분을 보면 이런 식이다.


'...비 오면 듣곤 하던 낡은 라디오, 맑은 날이 오기를, 정말 지겨운 장마 끝날 그 날이 오기를'


'비가 그친 하늘에는 어느덧 곱게, 별이 피어나네 국자 모양 일곱 개, 내가 붙인 이름은 검둥이 진돗개, 행복이 뭔진 몰라도 난 행복해.'


피타입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피타입이 라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이 정도다. 단순히 듣는 재미만이 아니라 깊은 의미마저도 담아내는 피타입의 랩 메이킹은 이 곡에서 북극성처럼 반짝인다. 특히 마저 소개하지 못한 벌스3는 벌스 전체가 역대급이니 놓치지 말길 바란다. 라임의 폭풍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피타입 찬양글이 되어버렸는데, 상관없다. 나는 덕화형(더 콰이엇의 애칭)이 밉다. 언제까지고 청춘의 서툰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있어줄 것 같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음악에 돈 자랑, 차 자랑, 시계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해서 나타날 때의 감정이 어떤 건지 혹시 아는가? 그 순간은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내 정신을 추스르고 금방 괜찮아지기는 하지만, 한 번 품은 염오감은 깊게 남는다. 그래서 내게 더 콰이엇 또한 1, 2집까지의 추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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