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엄숙함을 종식시킨 여성 색소포니스트
왼쪽부터 [For The Love Of You] (1997), [Girls Night Out] (1999), [Live At Montreux, 2002] (2002), [Sax-A-Go-Go] (1993), [Saxuality] (1990)이다.
네덜란드의 여성 색소포니스트 캔디 덜퍼(Candy Dulfer)는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내게 추천해 주었다. 우선 전형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좀 더 내가 좋아하는 음악, 즉 R&B나 훵크(Funk)에 가깝다.
80년대에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가 R&B 가수인 빌 위더스(Bill Withers)와 함께 'Just The Two Of Us'라는 희대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것을 시작으로, 제럴드 올브라이트(Gerald Albright), 데이비드 샌본(David Sanborn) 등의 연주자들이 R&B 뮤지션들과 협업하면서 재즈의 엄숙함은 옛날 말이 되어버렸다. 재즈는 그때부터 대중음악의 범주에 급속하게 들어오게 된다. 캔디 덜퍼는 그 정점을 찍은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라이브 앨범인 [Live At Montreux, 2002]에서일 것이다.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그 공연장에 직접 가 보지 않아도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오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쉴 틈없이 몰아치는 훵크 그루브 위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연주하고 노래하는 캔디 덜퍼의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선연히 그려지는 듯하다.
오죽 훵크 연주를 잘하면, 깐깐하기로 유명한 프린스(Prince)와 함께 일한 적도 있을 정도이다. 1988년, 프린스가 유럽에서 공연하던 중 캔디 덜퍼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에 초대되었는데, 이 무대에서 그녀는 프린스와 함께 즉흥 솔로 연주를 했고 이것이 프린스의 눈길을 끌게 된 결정적인 순간이 된다. 이후부터는 프린스의 'Partyman'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거나 1998년, 2002년, 2004년에 프린스와 함께 투어를 돌며 공연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후에도 그녀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며 대중들과 만나 왔지만, 내 입장에선 아쉽게도 음악이 좀 난해해져 버린 인상을 받았다. 아무래도 연차가 쌓이고 내공이 생기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고 싶어졌을 것 같은데, 공감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보관함엔 딱 2002년 라이브 앨범까지만 담겨 있다. 가장 빛났던 시절? 혹은 가장 대중친화적이었던 시절? 그렇게 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