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t Baker

겨울엔 무조건 들어야 할 재즈 뮤지션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6-01-06 오후 2.41.11.png Chet Baker [The Best Of Chet Baker Sings] (1989)

겨울이면 쳇 베이커(Chet Baker)를 무조건 들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이다. 어떤 앨범을 집어들어도 어울린다. 내가 보관함에 담아놓고 있는 앨범은 이것 한 장뿐이지만, [Chet] (1959), [She Was Too Good To Me] (1974) 같은 앨범도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을 들으며 여러 번 생각했다. 왜 쳇 베이커의 음악은 이렇게 겨울에 잘 어울릴까?


그건 쳇 베이커가 지독하게 외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의 곁에는 늘 고독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했다. 약물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했고, 그 꽃미남 같던 비주얼이 말년에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가학적으로 다룰 수가 있을까. 자아가 다 부서져버린 채로 넋두리하듯 내뱉은 노래와 연주가 마치 얼음 조각처럼, 눈꽃송이처럼 그렇게 우리 마음에 저며오는 건 아닐까.


쳇 베이커의 수많은 앨범들 중 특정한 몇 곡만을 추려 달라는 건 가혹한 요구이다. 첫 번째 이유는 곡이 너무 많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곡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쳇 베이커는 어떤 앨범을 들어도 그냥 쳇 베이커다. 실패가 없다. 약을 그렇게 해대는데도 기량이 하락한다거나 기복을 탄다거나 하는 법이 없다(어쩌면 약에 지나치게 찌들어 있을 때는 앨범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들으면 될 것이고, 시간적 한계 때문이라면 앞서 추천한 [Chet], [She Was Too Good To Me], 그리고 [The Best Of Chet Baker Sings] 이 세 장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쳇 베이커의 연주에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노래에는 호불호가 다소 갈린다고 알고 있다. 왜? 난 좋기만 하던데. 이유인즉슨, 발음에 미국 남부 특유의 사투리(정확히는 오클라호마 억양)가 섞여 있는데 그게 경박하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 그게 뭔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저 좋게만 들린다. 하긴. 이 좁은 대한민국 땅덩어리에도 사투리가 얼마나 많은데 하물며 미국은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걸 다 따져가며 들어야 하니 미국 사람들도 참 피곤하게들 산다. 그런 걸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게 속 편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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