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영국 버전 컨트리 록
크리스 리(Chris Rea)의 앨범 [Shamrock Diaries]는 작은외삼촌께 추천받아 듣게 된 작품이다. 내겐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영국 버전이라고 느껴졌다. 컨트리 록의 목가적이면서도 희망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나름 마음에 들었다.
음색은 허스키한 편이다. 소리가 그냥 툭툭 뱉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몸 속 깊숙한 어딘가에서 용솟음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으로 노래한다. 이른바 '동굴 보이스'랄까. 미국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과도 음색이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컨트리 록 특유의 '내면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잘 살아나는 것 같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많이 생각났던 작품들이 있다. 사운드 면에서는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 (1985), 정서 면에서는 밥 딜런(Bob Dylan)의 [Blood On The Tracks] (1975)이나 본 이베어의 [Bon Iver] (2011) 같은 작품들이 떠올랐다. 킬링 트랙으로는 4번 트랙 'Josephine'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포크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퓨전 재즈나 훵크에서 들을 법한 기타 리프와 피아노 리프를 교차하여 새로운 느낌을 더했다.
40대가 넘어서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아서인지, 이 앨범 이상으로 더 디깅(digging)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쯤이면 됐지 뭘 더 듣겠나 싶다. 요즘엔 '더 나아가려는' 마음을 스스로가 자꾸 잠그는 것 같다. 몸과 마음에 제동장치가 생긴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제동장치가 생겼다는 게 내겐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
난 젊은 시절에 감당도 못할 거면서 너무 많은 음악을 디깅했다. 그 결과 <음악에 미치다> 원고가 탄생했고, 의도치않게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작가가 되어버렸다. 보관함에 있는 음악을 하나하나 꺼내 들으면서 내 젊은날의 치기를 이제서야 '감당'하고 있다. 버겁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내가 이런 음악도 관심을 가졌었구나, 새삼 느끼고 추억하며 쓰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양으로 와장창 쏟아내는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명확하다. 다시 추리고 추려보니 국내편은 시즌 11에, 해외편은 시즌 14에 끝나게 되어 있다. 그때까지 쏟아내면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을 분류해서 정리하고 앞으로는 디깅이라는 취미를 포기하기 위해 지금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한 번씩 이렇게 되뇌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얘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어느 새부턴가 글에 자꾸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꾸 잘 쓰려고 한다. 쓸데없이. 그걸 나도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그러면 안 된다. 이 글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내 안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 쓰는 글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