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피아니스트와 편안한 보컬의 만남
멜로망스의 음악을 챙겨듣지는 않는 편이다. 2015년에 나온 첫 번째 EP 앨범인 [Sentimental]을 듣고 타이틀곡 '그 밤'이나 이어지는 '입맞춤' 등에서 정동환의 피아노 반주 위에 얹힌 김민석의 보컬이 참 조화롭다고 생각한 적은 있으나, 그 뒤부터 점점 음악이 풍성해지면서 잘 찾아 듣지 않게 되었다. 크게 히트한 '선물' 앨범을 기점으로 거의 듣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이들의 음악에서 좋아하는 포인트가 정동환의 피아노이다. 내가 노래를 했다 보니 주로 노래하는 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어쩔 수가 없는데, 이 팀은 정말 희한했다. 처음이었다. 노래가 연주를 방해한다고 느꼈던 것은. 그만큼 정동환의 피아노는 훌륭했다. 이들의 가장 좋은 편곡은 다 걷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보컬까지. 찾아보니까 정동환의 피아노 소품집이 정규 앨범 볼륨으로 나와 있다. 들어봐야겠다.
얘기하다 보니 보컬 김민석을 너무 까내린 것 같은 뉘앙스가 되어버렸는데, 훌륭한 보컬임에는 틀림없다. 이른바 '침대 창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안정감 있는 그의 발성은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있다. 아무리 고음으로 가더라도 표정 변화 하나 없으니 예전 같으면 립싱크 의혹도 생길 수 있을 일이다. 노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 정도의 '약음'으로 고음을 낸다는 건 정말 보통 실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풀 성량으로 내지르는 거야 조금만 연습하면 된다지만, 김민석처럼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시끄럽게 들리지 않는 고음을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컬 고수 무조건 인정이다.
나는 비록 멜로망스라는 팀에게 이토록 애매한 입장이지만,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럼 나는 정동환 솔로 앨범을 들으러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