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는 날 잃은 걸까 아니 널 얻은 걸까

방탄소년단(BTS), 'Singularity' (2018)

by Charles Walker
방탄소년단(BTS) - LOVE YOURSELF 結 'Answer' (2018)

무언가 깨지는 소리

난 문득 잠에서 깨

낯설음 가득한 소리

귀를 막아보지만 잠에 들지 못해


목이 자꾸 아파와

감싸보려 하지만

나에겐 목소리가 없어

오늘도 그 소릴 들어


또 울리고 있어 그 소리가

이 얼어붙은 호수에 또 금이 가

그 호수에 내가 널 버렸잖아

내 목소릴 널 위해 묻었잖아


날 버린 겨울 호수 위로

두꺼운 얼음이 얼었네

잠시 들어간 꿈 속에도

나를 괴롭히는 환상통은 여전해


나는 날 잃은 걸까

아니 널 얻은 걸까

난 문득 호수로 달려가

그 속엔 내 얼굴이 있어


부탁해 아무 말도 하지 마

입을 막으려 손을 뻗어보지만

결국엔 언젠가 봄이 와

얼음들은 녹아내려 흘러가


Tell me 내 목소리가 가짜라면

날 버리지 말았어야 했는지

Tell me 이 고통조차 가짜라면

그때 내가 무얼 해야 했는지

방탄소년단(BTS), 'Singularity' 가사 전문



무엇인가 깨질 때에는 날카로우면서도 큰 충격을 주는 소리가 동반된다. 그것이 외부의 물질이든, 내면의 어떤 것이든 똑같다. 내가 이 일을 지속해나가야 할 이유와 원동력을 잃었을 때, 나도 분명히 들었다. 그 순간 나의 내부에서 무엇인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를.


그 소리는 우리의 '잠'을 깨울 만큼 크고 강렬했다. 노래 속의 '나'는 그 '낯선 소리'에 '귀를 막고'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잠들지 못한다. 노래 밖의 나는 그 소리에 긴 잠에서 깨어났다. 나를 잃은 채, 아니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연기하며 잠든 것과 다름없이 살아왔던 내게 그 소리는 경종을 울리는 소리였다.


노래 속의 '나'는 계속해서 소리를 듣지만, 목소리를 잃었기에 그 소리에 대해서는 물론 그 소리를 듣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노래 밖의 나는 이제 막 잠을 깬 몽매한 상태로 어렴풋이 한 발 내딛어 본다. 그 발걸음은 '잠들기 이전의 나'를 찾는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얼어붙은 호수 앞에서 노래 속의 '나'와 내가 만났다. 이제 노래 속의 '나'는 '그'가 되어 내 앞에 섰다. 그는 귀를 막은 채 괴로워하며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내 목소릴 널 위해 저 호수에 묻었'다고. 그 호수 속을 바라다본다. 혹시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본 호수 속에는 빈 껍데기만 남은 자신의 얼굴만이 보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잃은 건지, 그 대가로 '너'를 얻은 건지, 어떻게 이 상황을 바라봐야 할지 몰라 방황한다. 그런 그에게 내가 다가가보기로 한다.


그에게 성큼 다가가 말을 건네려 하는 순간, 그는 내 입을 막으려 손을 뻗는다. 그래. 사실은 그도, 나도 알고 있다. 고통에 몸서리쳐질 때에는 누구의 어떤 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목소리를 잃어 말을 하지 못하는 그와, 그에게 말하기를 저지당한 나는 그저 나란히 얼음 호숫가에 앉아 호수 저편을 바라다볼 뿐이다. 문득 호수 건너편으로부터 따스한 미풍이 불어온다. 나도 몰래 혼잣말로 읊조린다. '곧 봄이 오겠구나'.


This too shall pass. 어떤 시련이든 반드시 지나가는 때가 온다. 그와 나의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목소리를 가졌고, 말을 하며 살았으나 그 삶은 잠이었고, 그 말은 잠꼬대에 불과했다. 돌이켜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이었다. 답이 없는 세계 속에서 답을 찾으려 애썼던 숱한 날들을,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왔는지 모르겠다. 이제서야 후회한다.


그래서 그와 나의 고통은 실재하는 것, 즉 '진짜'이다. '가짜'가 아니다. 그가 내어줘야 했던 '목소리'도, 내가 내어줘야 했던 '나 자신'도 모두 '진짜'이다. 진짜를 내어주고 그 대신 받은 어떤 것도 결코 진짜보다 가치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되돌려받으려 한다. 곧 봄이 오면 얼음이 녹을 것이고 그가 호수 속에 묻었던 '목소리'도 실체를 나타낼 것이며 나도 잃었던 나를 되찾고 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누구에게 무엇을 내어주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런 삶을 살기 위해 그도 그의 자리에서, 나도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옆에 있는 그 또한 미미한 봄바람의 흔적을 느꼈는지, 슬쩍 곁눈질로 나를 바라본다. 나도 그를 마주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친 그와 나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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