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Each & All' (2023)
누군가 말했지
다른 누구에게
작은 온기를 느끼게 하고 싶거든
자기 안은 커다란 불길로
활활 타오르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래서 어느 날
난 불을 삼켰네
네가 떨고 있는 걸 보았던 직후에
너를 끌어당겨서
내 품에 안고 재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고 되뇌어주고
지금 그 자체로 충분하다 일깨워주면서
까마득한 불안과 자기혐오에 짓눌리며
내가 나를 놓쳤던 그 밤에 알게 된 사실은
어라,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네
나는 내가 나를 일으키지 못하네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살아가게 하네
내가 나를 살릴 수는 없네
향할 곳을 잃은 새가 날지 못하듯
수백 편의 선율과 시를 써 내려도
나를 일으킬 수도 또 내가 나를 구원할 수도
없네 너의 곁이 아니라면
우리 Each and All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를
지키려 할 때 사람은 몇 배로 더 강해진다고
아무도 홀로 선하거나 강해질 순 없으니
모두는 각자에게 필요하네
각자가 모두에게 필요하듯
오래전 잃었던 꿈을 네게 되새겨주고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게 별 밝히면서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웅크린 채로 숨어
내가 나를 천대한 그 순간 깨닫던 사실은
어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네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 못하네
나를 아껴주는 일에 익숙해지지가 않네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없네
빛을 잃은 별이 떠오르지 못하듯
수천 개의 약속과 다짐을 해봐도
나를 믿어줄 수도 또 내가 나를 용서할 수도
없네 너의 곁이 아니라면
심규선, Each & All 가사 전문
2019년,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라는 곡을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이 온몸을 휘감았다. 심규선의 'Each & All'은 랜덤 재생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정처 없이 무작정 길을 거닐던 도중에 별안간 마음 깊숙한 곳으로 훅 들어왔다. 이 노래를 듣는 순간, 표면적으로 나와 몇몇 부분이 비슷한 누군가가 아닌 '내 영혼의 매우 깊은 내면'까지도 비슷한 어떤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눈가가 불긋해져 있었고, 목이 메어 울먹이듯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 모두가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본 세상은 지나치게 차갑고 삭막하기 그지없었기에 그녀는 누군가가 이끈 대로 '불을 삼켰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루시드 폴이 '사람들은 즐겁다(2005)'에서 노래했듯,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즐거'웠다. 온기를 느꼈다. 하지만 불덩이를 삼킨 그녀의 속은 천천히 타들어갔고, 그 순간 문득 슬픈 진실을 깨닫는다. 그때 나온 감탄사가 '어라'이다. 정제되지 않고 제련되지 못했지만 그렇기에 그녀가 느낀 당혹감을 가장 생생하게 나타내는 '어라'. 그리곤 슬픈 푸념이 이어진다.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날 위해 눈물을 흘려주며 이런 말을 해 주던 동료 선생님이 있었다. '여태 누가 누굴 위로했던 거예요... 이렇게 아픈 줄도 모르고...'라며 펑펑 울던 그 선생님을 난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어느 누가 나를 위해 그렇게 말을 하고 그렇게 울어주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 선생님에게, 그리고 노래 속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아프고 힘들어본 사람만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것'이라고. 오죽하면 가슴 속에 불덩이를 삼킨 채 살겠는가? 조금이라도 이 차가운 세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 보려고. 그렇게 마음 먹은 사람이 단지 우리뿐이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따뜻한 나와 너, 우리의 힘은 세상의 커다란 얼음벽 앞에서 한없이 작기만 하다.
그녀는 '수백 편의 선율과 시를 써 내리'며 얼음벽을 녹여 보려 애쓰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녀의 선율과 시가 나에게 이토록 깊게 와 닿았듯,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가 닿는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쳐 다 쓰러져가는 그녀를 우리가 일으키고, 모두가 힘을 모아 얼음벽을 녹일 수 있다.
예술 작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반드시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작품 속에 그 마음을 함뿍 녹였고, 나는 그녀의 마음에 응답하며 정성스레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이렇게 힘이 모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녀가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네'라고 용기 있게 고백했기에, 나도 그렇다고 마주 대답하려 한다. 아무래도 그 일에는 참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을 모른다. 왜? 여태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나를 '천대'하는 건 너무 쉽다. 함부로 내팽개치고, 험한 말을 쏟아내고, 엄하게 다그치는 건 나한테 아주 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내 마음은 황무지가 되어 있다. 그녀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자, 이제 황무지를 개간할 때가 되었다. '자기 혐오'에 점철된 삶을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잿더미만 남은 이 마음의 황무지를 어떻게 일구고,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워서 비옥한 농토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 애쓰다가 지쳐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가 너무 힘들다. 그러니 지치고 힘들 땐 주위를 둘러보고 함께할 누군가의 손을 잡자. 우리 서로가 마음을 모아서 세상의 온도가 단 1도라도 올라갈 수 있다면, 이 어찌 가치로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