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My aunt Mary,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2008)

by Charles Walker
항상 내가 먼저 가자고 했지
그곳엔 무언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함께 힘겹게 오른 언덕 너머엔
웬일인지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빛나던 우리의 꿈들

그땐 나도 내 진심을 알 수 없어 눈물 흘렸고
그저 우리 발걸음만이 가르쳐주리라 믿었어

다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닌지 두려워했고
언제 또 시작될런지도 알 수 없었지

기억 속에 희미해진 어렸던 그때의 그 꿈들
이젠 남은 이 길 위엔 또 혼자가 돼 버린 우리들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My aunt Mary -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가사 전문



어릴 땐 세상 일이 다 내 맘대로 될 줄 알았다. '꿈꾸는 자, 이룰지어다.'라는 나름 경건한(?) 슬로건을 내걸고 삶을 진지하게 대―한다고 착각―했고, 특히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꿈을 찾은 나는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꿈을 꾸는 동안엔 행복감이 쑥쑥 자란다. 내 꿈을 이뤘을 때의 모습을 수없이 상상하고, 흐뭇하게 빙그레 웃음짓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망상인지도 몰랐고, 상상은 상상일 때만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저 즐겁기만 했던 어린 날들이었다.

지금의 경험치와 지식, 지혜를 그대로 가진 채 나이만 어릴 때로 돌아간다면, 꿈 같은 건 꾸지 않을 것이다. 꿈을 가진 영혼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너무 크게, 그리고 민감하게 느낀다. 그러므로 그들의 방황은 필연적이다. 꿈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어렴풋이 빛나는 형체만 있을 뿐 정작 손에 거머쥘 수는 없다. 오늘이고 내일이고 단 한 걸음도 멈춰 서 본 적이 없는데, 꿈은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 나를 놀리듯 계속 멀리 달아난다.

좌절과 포기, 극복과 노력의 무한 루프를 반복해야 했고, 살다 보니 내 꿈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무엇을 위해서도 내 에너지를 갈아넣어야 하는 순간들도 생겨났다. 순식간에 나는 방향을 잃었고, 결국 주저앉았다. 그리곤 '다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닌지 두려워했'다.

언젠가부터 나는 웃음을 잃었다. 꿈이 있던 중고등학생 시절과 대학교 1학년 때까지도 늘 웃으며 살았다. 웃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항상 즐거웠으니까. 꿈이 마음속에 가득 차서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군 제대 이후 나는 웃음을 잃었다. 꿈을 이루는 데에 현실의 방해가 너무 컸고,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내 '발걸음' 하나하나가 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 느꼈다. '아, 개인의 힘이란 건 정말 보잘것없구나.'

이 노랫말을 쓰고 직접 노래도 부른 정순용은 그래서 '연대'한다. 꿈을 가진(혹은 가져 보았던) 사람들의 힘을 모은다. 지금은 지난 시절의 고뇌와 방황을 반추하며 '그 시절, 참 내 맘 같지 않았다.'라고 평가하는 내가 있다. 나는 아직도 끝을 모르고 펼쳐 있는 인생이라는 길 위에 홀로 서 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나와 같은 표정으로 멀뚱히 서 있는 또 다른 이들이 보인다.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가 되어버린 당혹감에 휩싸인 '우리들'. 우리들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언제고 이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지금은 어릴 적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꿈이 있다. 그건 바로 '웃으며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지금 나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음악을 듣고, 열심히 글을 쓰고, 열심히 기타 연습을 하고, 열심히 캘리그라피를 공부하고, 열심히 미디음악을 배울 것이다.

써 놓고 보니 이렇게 할 일이 많다. 저절로 만면에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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