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K, '하루살이' (2007)
그리움은 부지런도 해
내가 눈을 뜨기만을 기다린 듯해
네가 변했는데 세상은 하나 변한 게 없어
변함없다는 게 나를 울게 해 난 이렇게 아픈데
못 잊겠어 오늘은 널 못 보내겠어
하루만 널 원없이 그리다가
오늘까지 실컷 널 사랑하다
내일은 꼭 내일은 아주 널 잊겠다고
또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해
할수록 더 느는 거짓말처럼
외로움이 두꺼워져서
단추 없는 맘을 여밀 수도 없게 해
너무 추운데도 안기고 싶은 가슴이 없어
나의 심장이 다 부르터가도 얼어붙어만 가도
온종일 널 잊자는 생각에
매달리고 매달리다 고단함에 잠드는...
어쩌면 난 쓸쓸한 하루살이 같아
하루가 전부인 양 내 삶이 길어도
사랑은 항상 너일 테니까
오늘이 또 흘러가 다시 내일 되면
내일도 오늘일 뿐 널 백지처럼 지울 날은
끝내 안 올지 몰라
너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더 안 되는 일 나 못하는 일
못 잊어 널 못 잊어 난 못 잊어
BMK, '하루살이' 가사 전문
사랑은 인류가 발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도 가장 흔하게 활용되는 서사이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랑만이 하는 특별한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합리성과 보편성이라는 잣대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도, 증명해 보일 수도 없는 일들을 사랑은 마치 보란 듯이 해내고는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사랑을 하며 '마법'이라고밖엔 설명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해 왔다. 사랑이라는 마법 앞에서 우리는 그저 궁금해하고, 환희에 차기도 하며, 때로는 실망하고, 끝내 좌절한다.
문제는 둘 중 어느 한쪽만 사랑일 때이다. 애초에 아니었든, 아니면 처음엔 사랑이었다가 지금은 아니게 되었든 간에 한쪽은 떠나가 버렸다. 남겨진 한쪽인 나에게는 아직 그를 향한 사랑이 있다. 사랑하는데, 그 사랑을 쥐어 주고 싶은데, 그 대상이 별안간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 '부지런히'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가 떠난 뒤 나는 완전히 부서졌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은 잔인하도록 그대로이다. 무심하게 똑딱이는 시계침 소리, 창 너머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 북적이는 사람들 아우성 소리...
그와 사랑할 때 느꼈던 행복이 지금은 끈적한 미련으로 변하여 그를 잊지도, 버리지도 못하게 만든다. 이렇게 된 이상 어쨌든 오늘까지는 혼자서라도 그를 사랑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치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처럼, '내일부터'를 오늘 하루 종일 되뇌이며 그와의 이런저런 추억을 밥처럼 먹고 살 것이다. 그러다 약속과는 달리 내일도, 모레도 오늘처럼 계속 그렇게.
사랑에 합리성이 작동한다면 어떨까? '어? 너 나 아니야? 그래 알았어. 잘 가. 나도 잘 살게.' 그러고는 변함없는 일상을 사는 것이다. 쿨하긴 하지만 재미는 없다. 추하게 울고, 징하게 매달리고, 꺽꺽대다 지쳐 잠들고, 이런 내가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사무치는 그리움을 도저히 멈출 수 없다는 이 비합리성이야말로 사랑의 본질이다. 그래서 사랑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이야깃거리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보편적이지 않으니까.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재밌는 것이다(물론 가사 속 상황이 내 상황이 된다면 마냥 재밌지만은 않을 것 같다.).
조은희 작사가님이 쓴 이 노랫말은 통속적인 사랑 노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우아한 표현이 난무한다. '그리움이 부지런하다'든지, '외로움이 두꺼워져서 단추 없는 마음을 여밀 수 없'다든지, '너무 추운데도 안기고 싶은 가슴이 없'다든지...
군 생활 중에 이 곡을 처음 들었는데, 메마르기 그지없는 군대의 일상 속에서 이 곡은 내게 한 줄기 단비였다. 대중가요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대중가요도 이렇게 문학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가사에 그다지 신경 쓰며 듣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곡을 듣고 난 이후부터는 내게 노래 가사는 단순한 가사가 아니라 '노랫말'이 되었다. 어쩌면 그런 인식이 생겼기에 군 제대 이후부터는 동아기획 사단의 가요를 집중해서 들었는지도 모른다(이 이야기는 추후에 더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니 다음으로 남겨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컬리스트 BMK의 가사 전달력과 감성 표현력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