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백예린, '그게 나였네' (2022)

by Charles Walker
백예린, <물고기> (2022)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가까워지면 멀어지는 사람
다가가면 밀쳐내기나 하고
대꾸를 잘 하지 않는 그런 사람

알고 보니 그게 나였네

참 바보같이도 굴었네

너를 정말 도무지 찾을 수 없어
꼭 필요할 때만 숨어버리잖아
마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주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의 손전등처럼

희망이야
내가 찾는 건
사랑이야
나를 쫓는 건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면
(눈물을 잃고 싶어)
날 사라져버리게 만든 건
날 빛바라게 한 건
바로 나였네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아픈 게 이젠 익숙한 그런 사람
수많은 바보들을 겪고 나서도
똑같이 마음을 주는 그런 사람

사람들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너를 정말 도무지 찾을 수 없어

백예린, '그게 나였네' 가사 전문



난 사람들을 싫어한다. 예전엔 '좋아하지 않는다' 정도였지만 최근 몇 달 간의 일로 확실해졌다. '싫어하는' 쪽으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래?', '왜 저런 식으로 말하지?', '저런 행동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 번쯤 이런 생각들 누구나 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노래 속의 '알고 보니 그게 나였네'라는 고백은 수줍거나 머쓱하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당찬 용기와 빠른 인정이 쿨하게 느껴진다.


이 노랫말은 가창자인 백예린 본인이 직접 썼다. 대중 매체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뜻 풍기는 이미지는 내성적이면서도 자신의 철학이 분명한 사람인 것 같았다. 특히 자기가 하고자 하는 예술에 대해서는 쉬이 타협하지 않으려 하는 강단과 결단력이 있어 보였다. '그게 나였네'는 2022년에 나온 <물고기>라는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모르긴 해도 아티스트 본인의 모습이 가장 많이 투영된 자전적인 노랫말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음악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담아서 내놓았는데, 이걸 너도나도 공감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 경우 말이다. 이런 케이스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가 박효신의 '야생화'(2014)겠지만, 오늘의 주제와 맞지 않으므로 일단 패스하고 '그게 나였네'를 좀 더 보자.


못난 사람을 싫어하는 못난 나를 인정하고 나면 그다음은 어떡할까? 이 노래 속 화자인 '나'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너'를 호출하며 '너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너'는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꼭 필요할 때만 숨어버리'고,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능력(여력, 역량 등 뭐 어쨌든)이 있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의 손전등'처럼 내 어둠을 밝혀줄 수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너'를 나는 찾을 수가 없다. 이어서 밝혔듯이 '너'는 바로 '희망'이다. 보이지 않는 희망을 좇다가 나는 '나를 사라져버리'게 하고, '나를 빛바라'게 하였다(원래 표기는 '빛바래다'가 맞는 표기지만 원작자의 음악적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두기로 한다.).


아마 이대로라면 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 '수많은 바보들을 겪고 나서도 똑같이 마음을 주'며, 여전히 희망을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바보 같은 삶이란 걸 알면서도 그걸 멈출 수가 없는 건, 사실 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답을 도무지 알 수가 없고 대부분 실망하며 상처받겠지만, 그래도 끝낼 수가 없다. 살아 있는 한, 이 세계 속에 사회인으로서 존재하는 한, 타인은 밀어낼 수 없는 존재이다. 때로는 타인에게 기대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며 서툴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는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유명한 대목이 나온다. 알 껍질을 깨고 나오는 데에 새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한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다. 신체는 이미 다 커버렸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완전히 태어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존재'임을 기꺼이 인정하고, 성숙한 존재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알 껍질을 깰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렵겠지만, 힘들겠지만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삶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반드시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