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D+7

시험에 들게 하는 일주일

by Charles Walker

금연 결심을 한 지 딱 7일째다. 이때가 가장 큰 고비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그렇잖아도 지금 딱 죽을 맛이다. 딱 한 대만 피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무척 간절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젯밤, 아내와 다툼이 약간 있었다. 솔직히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 중에 거의 싸우지 않고 지내왔는데, 아내가 얼마 전 '차라리 싸우며 살 걸 그랬다'는 말을 흘리듯 했을 때 속으로 깊이 공감했다. 우리는 10년 동안 서로에게 들키지 않고 그 깊은 상처와 앙금을 숨기고 산 것이다. 이건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 없다면 몰라도, 있는데 없는 것처럼 숨기고 참으며 살다가는 이쯤되어 폭발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아내는 내가 남 탓하는 것에 질려버릴 것 같다고 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세상이 왜 이래, 시스템이 왜 이리 거지 같아, 하며 분노만 터뜨리는 내가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니 대화가 세 마디 이상을 못 가는 거다. 나랑 의논이 안 되니까 챗GPT와 하루종일 얘기하며 아내는 살 길을 찾아 헤맸다. 나는? 현실을 외면했다. 도피하고 숨어버렸다. 아내는 용감한 사람, 나는 비겁한 사람. 가혹한 평가지만 사실이다.


과거의 망령에 아직까지 붙들려 사는 것도 문제다. 내 나이가 이제 마흔인데, 뭘 더 어떻게 하겠는가?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음악에 대한 끈을 여전히 놓지 못한다. 혹시나 놓지 않고 있다 보면 나중에 뭐라도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아내는 나의 이 음악에 대한 집착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던' 음악이 '싫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나더러 음악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헤어져 살자고 말했다. 난 그 말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부부에게는 그 말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믿었는데. 기어이 우리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고야 마는구나.


난 음악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젊었을 때, 한창 무언가 만들어나갈 시기에 음악을 하지 못하고 끝내 내 꿈이 좌절되어버린 것이 억울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나이 마흔이면 사회에서 한창 열심히 일해서 벌어먹어야 할 때이다. 근데 뭘 한단 말인가. 나는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아니다. 아내에게 이런 내 뜻을 전했고, 잠시 후 아내는 말을 험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다같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살아보자는 뜻을 전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의 세계에 커다란 균열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위태로이 너풀거리다 송두리째 뜯겨나갈 것 같은 세계의 파편들이 아프게 느껴졌다. 어제 대화 이후로 흡연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고개를 들었고, 그걸 참아내려 오늘은 거의 묵언수행 중이다. 말을 하면 또 가시 돋힌 소리가 나갈 것 같아서. 이제 다시는 헤어지잔 말 같은 거 들으면 안 되니까. 아내 눈도 못 마주치겠다. 정말... 두렵다.


가족은 나의 세계 전부이다. 내가 가족을 잃으면 나의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 음악이 뭐 대수인가? 가족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그 연장선상으로...


지금 쓰고 있는 원고인 [Why So Underrated?]에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다. 글을 쓰면서 이런 느낌을 처음 받아 봤는데, 말하자면 '내가 정성을 들이기가 싫은' 기분이다. 음악에 대해 말을 하기가, 그것도 저평가받은 작품들에 대해 내가 이런저런 말을 덧붙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고 귀찮게 느껴졌다. 실은 연재를 중단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끝은 보자는 생각에 연재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수정하였다. 앞으로 음악 관련 글은 쓰지 말아야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을 이제 좀 놓아줘야겠다.


나도 달라지고 싶다. 현실주의자 생활인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더는 과거에, 이상에, 꿈에 붙들려 살고 싶지 않게 됐다. 다시 태어나련다. 어쨌든 그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도 담배 한 대 안 피우고 참아냈지 않은가. 그 정도 의지로 뭔들 못하겠는가. 난 보건소 안 간다. 안 가고도 끊을 수 있다. 두고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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