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을 제대로 대하는 방법에 대하여
Tracklist.
01. How To Use (Intro)
02. UNLOVE (Prod. HONNE)
03. 모르는 사람
04. 내가 좋아하는 것들 (feat. Benny Benack III)
05. V (peace) (feat. AKMU)
06. NOT FOR SALE
07. 투명인간
08. 불 꺼진 방 안에서 (feat. 윤석철)
09. 돌고래
10. 해피엔딩
나만 그런지 몰라도, 자이언티라는 뮤지션을 생각하면 '저 사람은 속에 뭐가 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많이 든다. 그래서인지 존재 자체가 신비롭고, 뭔가 평범한 우리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은둔형 천재' 같달까. 화려한 언변이나 사람을 사로잡는 화술 같은 건 없어도, 결국엔 음악으로 설득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밴드 혁오의 프론트맨 오혁이라든지, 여기 소개되는 자이언티 같은 인물이 그러하다.
정규 3집으로 발표된 이 앨범, [ZIP]은 자이언티의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이 가득 담겨 있다. 자이언티는 딱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음악을, 그것도 매우 잘 해내는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는 뮤지션이지,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노래 잘 한다'라고 생각하는 기준(고음, 꾸부리, 넓은 음역대, 파워 성량, 그 외 기타 등등...)으로 맞춰 생각하면 분명 그 기준엔 미치지 못할 것이기에 차마 보컬리스트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보컬이 얼마나 개성 있느냐를 평가 항목에 넣는다면 충분히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이언티는 '보컬'이라는 좁은 영역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뮤지션이 아니다. 그의 음악이라는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를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할 필요가 있다.
자이언티는 유독 앨범이 잘 안 된다. 1집 [Red Light]도, 2집 [OO]도 소폭의 화제성을 이끌어냈을 뿐, 그다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싱글로 발표한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라든지. 크러쉬(crush)와의 듀엣으로 발표한 [그냥], 이문세와의 듀엣으로 큰 화제를 모은 [눈] 같은 곡이 큰 성공을 거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성과이다. 이번 정규 3집 앨범 [ZIP]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곡으로 가득 차 있는 명반인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왜 자이언티의 싱글은 잘 되는데 '앨범'은 상대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것일까.
그건 앞에서 말했듯 우리나라 대중들이 자이언티라는 뮤지션의 감상 가이드를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뭇 '가수'들처럼 '노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기준을 두고 듣는다면 결과는 분명하다. 금세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자이언티는 좀 다르게 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가수가 아니라 '뮤지션'이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재즈 앨범을 듣기 전의 마음가짐과 비슷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나 높은 음을 올리느냐, 얼마나 센 성량을 자랑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채로운 화성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리듬을 잘 밀고 당기는지 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 돌려 말하지 않겠다. 한마디로 음악이 어렵다.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 이 앨범을 듣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당신, 음악 좀 들을 줄 아는 사람이다. (굉장히 귀한 존재이다. 자부심 가지셔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