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1. 글렌리벳 증류소
30년산 글렌리벳을 이 가격에?
스코틀랜드에 온 지 세 번째 날, 글렌리벳 증류소로 향했다. 글렌리벳 증류소는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투어는 생략하고, 테이스팅 투어로 진행되어서 소요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테이스팅 투어밖에 없다면, 가장 비싼 혹은 가장 희귀한 글렌리벳을 먹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가장 비싼 투어를 선택했다.
The Glenlivet Collection Tasting : 15파운드, 30분, The Glenlivet 12, 15 & 18(core range)
The Glenlivet Distillery Exclusives Tasting : 30파운드, 1시간, 4개의 증류소 익스클루시브
The Glenlivet Rare Tasting : 45파운드, 1시간 30분, The Glenlivet 21 Archive, The Glenlivet XXV, 그리고 2개의 증류소 익스클루시브
※ 내가 갔던 2019년도에는 The Glenlivet Distiller`s reserve, The Glenlivet XXV 가 제공되었다.
Secret Speyside Tasting : 25파운드, 1시간, 스페이사이드의 희귀한 증류소 (Braes of Glenlivet, Caperdonich, Caperdonich Peated, Glen Keith and Longmorn)
증류소에 들어섰을 때, 다른 증류소와 달랐던 점은 글렌리벳 외 증류소 위스키들이 선반 하나 가득 판매 중이었다는 점이다. 스페이사이드의 작고 덜 유명한 CHIVAS REGAL 소유 '동네'증류소들인데, 통일된 병과 라벨로 각기 다른 증류소 싱글몰트 위스키가 담겨 있으니 인테리어 효과도 나고,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그리고 Distillery Exclusive 글렌리벳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길쭉한 위스키병이 아닌 동네 증류소들이 남긴 병과 같은 디자인에 담겨 있다.
Distillery exclusive 병 디자인과 손글씨 라벨.큰 테이스팅 룸에 들어가면 매우 긴 원목 테이블이 우리를 기다린다. 가장 비싼 투어답게, 테이스팅 할 수 있는 위스키의 년수가 매우 높다. 45파운드에 이렇게 고연산 4잔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라도 테이스팅 투어들을 찾아다니게 된다.
첫 번째로 시음한 The Glenlivet Distiller`s reserve는 3가지 오크통을 거친 위스키이고, 당시 면세에서 공격적이게 판매를 하는 모양인지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다. 뒤이어 시음한 위스키에 비해서는 숙성기간이 짧아서 확실히 어리다는 느낌이었고, 스파이시함이 입안에서 감돌았다.
두 번째 쉐리 캐스크(싱글) 23년 산이 개인적으로 4가지 글렌리벳 중에는 제일 좋았다. 글렌리벳 증류소를 방문할 당시가, 쉐리 캐스크의 매력에 막 빠지기 시작했던 때라, 버번을 거치지 않은 순수한 고연산 쉐리의 깊은 다크 초콜릿 맛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58%의 높은 도수임에도 목 넘김이 부드러워서 더 좋았다.
세 번째 The Glenlivet XXV는 버번에서 시작해서 쉐리로 끝나는 느낌이었다. 버번과 쉐리의 아름다운 조화였다. 부드럽고 스파이시한 맛.
마지막 버번 캐스크 30년 산은 온갖 과일을 다 머금은 위스키였다. 메모장을 뒤적여보니, '시트러스, 레몬, 라임, 오렌지, 리치'라고 과일들을 잔뜩 적어놓았다.
글렌리벳 증류소를 꼭 들려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위스키 샵 때문이다. 전 세계 판매량 2위의 글렌리벳이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인기는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손글씨로 라벨링 된 Distillery Exclusive 병은 소장가치가 있다. 글렌리벳 쉐리 캐스크가 테이스팅 투어에서 고민 없이 최고였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내가 가져온 글렌리벳은 2006년 1월 24일에 No.20187 1st Filled sherry cask에 담겨 12년간 숙성되고, 2018년 7월 19일에 병에 담겼고, No.20187 cask에서 나온 888개의 병 중 785번이었다. 58.8%의 CS.
1년 반 동안 스페이사이드를 추억하게 해 주고, 주변 친구들에게 쉐리 캐스크의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주고, 아직까지고 내 맘속 최애 쉐리 캐스크 중 하나로 남고는 얼마 전 장렬히 전사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