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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마녀 Feb 08. 2021

Day 3-2. 멕켈란 증류소

I am the Macallan

글렌리벳 증류소를 나와서, 멕켈란 증류소를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Ballindalloch castle이 있다. 구글 지도에서 관광객 리뷰 평이 좋기도 하고, 사진들이 예뻐서 잠시 들리기로 했다. 16세기 스코틀랜드 귀족이 살던 성을, 민속촌 구경하듯이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펴볼 수 있었다. 1인당 6유로였는데,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도 많고, 관광객도 많았다. 성 내부의 여러 방들은 각각 실제 사용하던 사람들의 특성이 느껴지는 인테리어로 유지되어 있었고, 복도와 응접실 등에는 눈길이 가는 액자와 가구, 장식장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너무 넓어 한참을 뛰어다닐 수 있는 정원에서 몇 백 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성의 외관을 보는 게 기분 좋았다.  


그리고 멕켈란 증류소. 멕켈란 증류소 투어는 여느 다른 증류소 투어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멕켈란 증류소만 들렸다가는 스코틀랜드 증류소에 대해 크게 오해할 수 있다. 2018년에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한 멕켈란 증류소는 리뉴얼한 모습에서 앞으로 본인들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숙성연도를 명시하기보다는, 에디션 형태를 출시하는 최근의 행태(?)는 과거는 역사에 두고, 현재에 가장 멋지고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이며, 그 의지는 흡사 애플 사옥(구글 이미지로만 보고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같은 증류소 외관에서도 느껴진다.

대문에서 한참을 운전해서 들어가야 하는 규모.

리뉴얼을 맡은 건축가가 히드로 공항, 퐁피두센터를 디자인한 건축가이고,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00억 원을 넘게 들였다고 하니 얼마나 현대적인 외관인지는 상상 그 이상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매우 큰 철창(?) 대문이 열리고, 증류소 건물까지 걸어가는 길은 잘 꾸며진 테마마크 입구처럼 잔디와 돌길로 이어진다.

역대 멕켈란으로 만든 유리벽의 위엄.

증류소 건물에 들어가면 자신이 가진 모든 부와 역사를 자랑하고 싶어 하는 멕켈란을 만날 수 있다. 멕켈란의 역대 병들로 만들어진 유리벽과 값비싼 콜라보 에디션, 그리고 각종 빈티지 에디션까지 진열되어 있는 부티크 공간이 있다. 안쪽에는 꽤 널찍하게 레스토랑이 있어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 음식 메뉴 가격은 비싸지 않다. 특이한 점은 위스키 메뉴판이었는데, 친절하게도 aroma, palate, finish가 상세하게 모두 적혀 있었다. 5800유로짜리 멕켈란 72년 산을 먹어볼 순 없지만, 눈으로라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꽤 괜찮은 메뉴!
위스키 테이스팅 노트 같은 메뉴판, 가져가고 싶다.

투어가 시작되면 멕켈란 놀이동산을 즐기면 된다. 멕켈란 투어는 증류소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멕칼란이 준비해 둔 무대의 작품들을 구경하면 된다. 과거의 증류소, 현재의 증류소 곳곳이 모형으로 구현되어, 심지어 자동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주 예쁘고 빛으로 반짝이는 모형으로 알 수 있다. 워시백과 매쉬툰, 시그니처 뚱뚱하고 작은 증류기들을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듯이 관람한다. 이렇게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계속 짓고 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오크통은 나무판으로 미로같이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실물들을 보며 설명을 듣는다. 멕켈란의 오크통에 대한 집착과 애착은 어느 다른 증류소보다 강하게 전달된다.

투어의 감동은 마지막 멕켈란 영상이 틀어지는 어두운 공간에서 극에 치닫는다. 멕켈란에 대한 동경심을 쌓아 올려주는 영상의 끝, 모든 조명이 꺼지고 어두운 공간 테이블 위로 빛나는 멕켈란이 나타나며, 내레이션이 말한다.


 "I am...... the Macallan."


여기까지 투어를 돌고 나면, 멕켈란은 마치 범접할 수 없는 무엇인 것 같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숨죽이던 관람객들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손에 꼽는 순간.

그리고 멕켈란 증류소의 'Macallan Bar'에서 테이스팅이 시작된다. 갓 증류한 스피릿, 12년 산 트리플 캐스크(유러피안 쉐리 캐스크, 아메리칸 쉐리 캐스크, 아메리칸 버번 캐스크), 12년 산 더블 캐스크(유러피안 쉐리 캐스크, 아메리칸 쉐리 캐스크), 12년 산 쉐리 캐스크, 루미나 (4가지 quest 컬렉션 중 하나) 이렇게 5잔을 시음할 수 있었다.

라인업이 조금은 아쉬워서, 투어가 끝나고 싱글 쉐리 캐스크 12년 산과 레어 캐스크 블랙을 한잔씩 더 먹었다. 브룩라디 증류소에서 온 바텐더와 수다도 떨었다. 바텐더와의 수다는 증류소 투어의 또 다른 추억이다. 새로 생긴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소식도 듣고, 멕켈란 증류소에서는 멕켈란 희귀병을 구할 수는 없다는 꿀팁(?)도 듣고 샵으로 내려가 보았다. 멕켈란 샵에는 증류소 에디션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사실상 한국에서도 구할 수는 있는 바틀만 판매하고 있었다. 대신 멕켈란 잔, 기념품들이 역시나 멋들어졌다.


멕켈란 증류소를 방문할 때는 꼭 여유롭게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증류소 건물을 나오면, 산책하기 너무 좋은, 정원이라기엔 너무 거대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아직 곳곳에 리뉴얼 전 건물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통적이어서 낯선 멕켈란의 모습도 찾아내길 바란다.

예전 멕켈란 건물.
증류소 뷰.


멕켈란 투어에서는 멕켈란에 대해 다양한 편견과 불호가 있던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멕켈란의 역사, 자부심, 능력, 아우라를 듬뿍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린도락 성 https://www.ballindallochcastle.co.uk/

멕켈란 증류소 https://www.themacallan.com/en/disti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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