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같은 증류소
아벨라워 증류소(Aberlour Distillery)는 쉐리 통에서 숙성된 위스키에 관심을 갖게 되면 초반에 마주하게 되는 A'bunadh(아브나흐) 때문에, 한국에서 꽤 친숙하다. 최근 전 세계 판매량 Top 10 안에 들고, 프랑스에서는 판매량 1위도 노릴 정도로 인기 있는 글로벌 증류소이다. 특히, 아브나흐는 Batch 번호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유명해 같은 아브나흐여도 병마다 비교해보는 재미까지 주는 녀석이다. 30~40번대 Batch 번호를 만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알고 있다.
아벨라워 증류소의 첫인상은 '동화'였다. 입구와 증류소 곳곳에서 볼 수 있던 흐드러지게 핀 겹벚꽃(정확하게 겹벚꽃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생겼다.) 나무들, 그 나무들과 잘 어우러지는 헨젤과 그레텔에 나올 것 같은 오두막 모양의 Visiting center,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귀엽고 예쁜 증류소 건물들의 빨간색 창틀과 아벨라워 간판까지. 판매량과 명성에 비해 역시나 너무 작고 아늑했던 Visiting center의 사이즈마저 동화 같았달까. 5명 이상만 들어오면 붐빈다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지만, 귀여운 jar와 위스키 잔들도 사이즈별도 다양하게 있고 볼거리가 많아서, 한아름 쇼핑을 했다.
※ '아벨라워 글렌리벳 증류소'라고 쓰여 있다. 후발 증류소들이 잘 나가는 글렌리벳 증류소 이름을 이렇게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재판을 진행했는데, 예상 밖으로 글렌리벳이 패소한다. 글렌리벳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The Glenlivet'만 글렌리벳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투어도 동화 속 오두막을 탐험하는 기분이다. 아벨라워 12년 산을 테이스팅으로 바로 주며, 투어가 시작된다. 공간들이 방별로 나누어져 있고, 다른 방으로 넘어가면서 다른 주제의 설명을 듣는다. 아벨라워는 매쉬툰과 워시백 모두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고, 살짝 피트 처리한 몰트를 이용한다. 전반적인 공정들에 대한 브리핑을 듣는 공간이 마치 벽화가 그려진 동굴 같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 테이스팅룸은 모든 아벨라워 팬들을 환영해 주기에 손색없는 공간이다. 넓은 공간은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로 밝혀지고, 샹들리에마저 위스키 잔이 크리스탈을 대신해 위트를 더한다. 적당한 크기의 원형 테이블은 투어객들이 자유롭게 서로 이야기하면서 아벨라워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질 수 있게 해 준다.
아벨라워 16년 산 : 쉐리 오크통과 버번 오크통 Double cask matured
아벨라워 CASG ANNAMH : Batch No.1 아메리칸 쉐리 오크통, 유러피안 쉐리 오크통, 버번 오크통
[Display only] 아벨라워 12년 산 : 버번 오크통
[Display only] 아벨라워 15년 산 : 쉐리 오크통
이렇게 4가지를 시음해보았는데, 놀랍게도, 버번에서만 숙성된 아벨라워 12년 산이 제일 인상 깊었다. 쉐리의 단맛이 아닌, 버번의 바닐라 단맛이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위스키였다. 그 전에는 사실 버번의 꿀/바닐라 단맛과 쉐리의 진득한 단맛의 명확한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면, 이 위스키를 마시고 나서, 버번의 단맛을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벨라워 증류소에서 쉐리 캐스크가 아닌 버번 캐스크를 사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물론, 한국에는 수입되지 않는!) 꿀맛의 위스키가 먹고 싶은 날에 한잔씩 먹다 보니, 벌써 바닥이 보인다. 얼른 다시 아벨라워에 다시 가야겠다.
https://www.maltwhiskydistilleries.com/aberlour/ : 홈페이지를 통해 투어 예약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