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마음을 치유하다.
외로움의 둥지
둥지 안에서도 외로워한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지만
그래서 한 없이 외롭다.
외로워하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서 외로우니 어찌할 바를 몰라
매일을 뒤돌아 소리 없이 운다
외로움이라는 바람이 오는 날에
둥지 속 겹겹이 쌓인 가지 사이사이로
뼈를 관통하는 겨울의 시린 바람이 파고들어와
온몸이 돌돌 말려 움츠러든다.
느끼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 파고드는 몹쓸 겨울의 바람은
기승을 부리며 나를 보고 차갑게 비웃는다.
어미새가 둥지로 날아와 먹이를 주어도
아기새들이 서로 몸을 부둥켜 안아도
사무치게 외로운 이 내 마음
그 누구도 알리 없구나.
2018년 10월 20일 오후 12:07. 처음 하와이에 도착 한지 딱 일주일 되는 날 썼던 시이다.
남편은 수업에 들어갔고, 나는 남편을 기다리며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 날의 다소 차가웠던 가을 날을 기억한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맡을 수 있는 꿉꿉하지만 왠지 더 맡고 싶어 지는 인쇄잉크 냄새와 종이 냄새. 그 냄새가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그 냄새를 맡고 싶어서 도서관에 들어갔던 적도 많으니 말이다.
하와이 가을 날씨가 어떠냐 하면 우리나라의 봄에서 초여름과 비슷한 날씨다 (개인적으로 내가 느끼는 것임.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음). 오전엔 바람이 불어 선선하다가 해가 강하게 비취는 11시경이 되면 그때부터 더워지기 시작한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며 사람들은 그때 겉옷을 벗고 반팔, 나시 차림으로 다닌다. 가을이 되어도 그래서인지 실내에서는 늘 에어컨을 켠다. 덕분에 웽웽~ 하고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를 365일 들을 수 있다.
7일째 되던 날,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던 날 하지만 에어컨 때문인지 뭔지 서늘하기만 했던 도서관 안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이 느껴졌었다.
그래, 그때 느꼈던 감정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는 단순히 처음 타지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고독과 외로움만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깊이 알아줘야만 했다.
그저 이겨내려고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바보 같은 느낌이고 스스로가 약하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연약한 모습이 미친 듯이 싫었고 한 번쯤은 없애보고 싶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나약함을 이겨내고 싶어 극복하고 싶어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경멸했다.
꾹 참고, 또 참았다.
참으면 이겨질 줄 알았다.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다른 것에 집중하여 바라보고 그저 그렇게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를 구원해줄 대상이 있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내가 아니라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 자신 스스로 만으로도 충분하고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구원해 줄 대상이 있어도 뭔지 모를 외로움과 고독감의 근원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어 그저 이 느낌을 타지에서 생활하다 보면 주변에 가족, 친구들, 비슷하게 생긴 인종이 없다는 곳에서 오는 느끼게 되는 고독감, 다소 느낄 수 있는 외로움 스스로 포장하여 그럴 거라고 믿고 그렇게 책망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